먹기/주전부리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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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리만두 2021.8.│지도 삼고초려다. 처음 갔을 때는 문이 닫혔으며, 두 번째는 근처에 일이 있는 김에 잠시 들른 건데 준비가 안 되었대서 - 영업 개시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였는데, 보통 여는 시각은 물건이 진열되는 걸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든다 - 그냥 돌아갔다. 하지만 뭐든 삼세판이라고,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고 안 되면 다신 안 가리라 다짐했다. 얄궂게도 이번에는 무사히 만두를 먹을 수 있었다. 미리 주문해 놓은 걸 집으로 가져온다고 시간이 걸렸음에도 만두는 촉촉했다. 소에 들어간 고기는 잘게 잘게 조각났다. 왕만두는 피가 두껍지 않아 좋았으나 그 이상의 인상은 없었으며 군만두가 더 맛있다. 후기에는 육즙 이야기가 있던데,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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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대 골목 단팥빵 2021.8.│지도 남성로에 있던 작은 근대 골목 단팥빵 가게는 장사가 썩 잘 되었는지 서성로 쪽에 커다랗게 건물을 세웠다. 4층으로 된 건물은 벽돌로 - 겉만 벽돌로 되어있을 수도 있지만 - 되어 있다. 진입로는 경사로 되어 있어 장애인도 출입하기 편해 보였다. 문도 미는 형식이다. 가게는 ㄷ자로 되어 있다. ㄷ을 이루는 위아래의 가로 공간에는 분위기가 다른 공간들이 연출되어 있다. 출입구와 가까운 쪽의 공간은, 좌석은 불편하나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출입구와 먼 쪽의 공간은, 사진에서 보듯이 고급스러우며 앉기도 편했다. 공간마다 목표하는 연령층이 확연히 구분된 점이 독특했다. 바깥쪽 공간에는 돌로 된 조형물이 있다. 실제 앉으라고 설계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앉아도 좋아 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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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빵고스란히 2021.7.│지도 오랜만에 간 책빵고스란히에 무료 나눔 코너가 생겼다. 추풍령 중학교 학생들이 재배한 채소였는데 아마 일시적인 듯하다. 아래에는 옥수수도 있다. '오랜만'이 이 시기와 겹치다니 참 운이 좋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조금 받아 간다. 번잡하진 않지만 항상 사람이 있는 가게라, 어쩌다 보니 지난번에 앉은 자리에 또 앉게 되었다. 카페라테에는 유리 빨대를 꽂아준다. 지난번엔 대나무 빨대였는데 유리로 바꾸니 더 깔끔해 보인다. 아쌈 홍차에 두유를 냉침한 밀크티. 당을 다 빼도 괜찮을 듯하지만 냉침은 그게 안 된다고 하니 아쉬울 뿐이다. 주전부리는 포장해왔는데, 유산지로 잘 감싸 지끈으로 조그맣게 손잡이를 만들어줘 깜찍하다. 사고 싶던 게 없어 아쉽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앞으로는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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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공학 2021.7.│지도 주택을 개조한 카페. 동대구역 맞은편 아눅이 있는 골목 안쪽에 있다. 그렇지만 근처에 있는 건물이 철거 중인 데다, 뒷골목이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 선뜻 들어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GS 편의점 옆 골목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듯한데, 웬만하면 그쪽이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역에서 접근한다면 아눅쪽으로 가는 게 낫다. 건물은 2층으로 되어 있으며, 흰 벽지에 나무 소재의 가구들을 사용해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주택을 개조한 카페답게 내벽을 살려 개인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한 공간에 탁자가 2개 혹은 그 이상 있어 사람이 많다면 마치 공유주택에서 생활하는 듯한 껄끄러운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음료를 마신 곳은 넓은 창이 있는 곳이었다. 탁 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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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윈 2021.7.│지도 계절마다 달라지는 크림 크루아상 시리즈. 크림치즈와 슈크림, 쫄깃한 크루아상을 기본으로, 여름에는 파인애플과 코코넛이 들어간다. 파인애플은 위에, 코코넛은 크림치즈 속에 있는데 상대적으로 코코넛은 맛보다는 사각사각한 식감이 더 두드러진다. 상큼한 게 딱 여름의 맛이다. 윈드윈식의 잠봉뵈르. 바게트는 사워도우에 가까워 구수하기보단 시큼하다. 버터와 햄이 닿는 면에 발린 버섯소스는 표고버섯 같은 맛에 간도 제법 세 강렬하다. 그렇지만 역시나 태생이 크림소스인 데다, 이미 커다랗게 진을 치고 있는 버터도 있어 하나를 혼자, 그리고 전부 먹기에는 무리였다. 역시 잠봉뵈르는 나와 맞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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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프링 2021.7.│지도 배달에 주력하는 작은 케이크 가게. 도로에서 그리 멀진 않지만, 오르막이라 막상 가려면 조금 망설여진다. 가게는 아파트를 앞에 끼고 있어 한적하며 햇살도 알맞게 들어와 가게가 빛난다. 음료 중에 오론티라고 특이한 게 있었는데, 오렌지청과 실론티를 섞은 음료였다. 흔히 보이는 건 레몬청이라 오렌지청을 쓴다는 게 신선했고, 여기에 티백이지마는 실론티를 넣으니 상상 속의 과일 홍차 맛이 난다. 처음 가향 홍차를 마셨을 때는 분명 향기는 나는데 맛은 씁쓸한 그대로라 실망했는데, 이 음료는 그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음료다. 달콤하면서 개운하다. 빨대는 생분해가 되는 걸 사용한다. 과연 얼마나 잘 분해될지는 의문이지만 제품을 쓴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 초콜릿 크림과 얼그레이 시트가 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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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커피 2021.7.│지도 야시골 공원에 붙어 있는 카페. 달구벌대로 쪽에서 간다면 분명 도로를 걷는데도 경사 때문에 등산하는 것 같은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난 끝에는 좋은 전망이 있지만, 문제는 가게를 나올 때다. 등산도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를 더 조심해야 한다. 가게 한쪽은 오로지 산이며, 주변은 고요하다. 도롯가로 가면 우리가 알던 도시의 모습이 나올지도 모른다 생각하지만, 범어동에 속해있음에도 한산한 다른 지역에 온 듯한 낯섦이 있다. 가로등도 많지 않아 야간에 도보로 이동하기엔 불안함이 있는 곳이다. 동네 주민이 아니라면 절대 도보로 가길 추천하지 않는다. 가게만 떼고 보면 좋은 곳이다. 높은 곳에 있다는 단점이 전망으로 환원되었다. 카페는 3층 건물 중 2~3층과 옥상을 사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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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플레이스 2021.7. 설빙을 시작으로 온갖 빙수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던 때가 그립다. 어느 순간부터 빙수를 취급하는 곳이 확연히 줄었다. 맛있어 보이는 가게를 찾지 못하거나, 있다 하더라도 기회가 닿지 않아 가까운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빙수를 주문했다. 편의상 옥수수 빙수이지만 정확히는 옥수수'바' 팝콘 빙수다. 구수하기도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라 기본적으로는 달다. 여기에다 캐러멜 팝콘도 있다. 처음은 맛있을지 몰라도 계속 단맛만 이어지니 뒤로 갈수록 물린다. 식감을 생각한다면 팝콘이 있는 게 낫긴 하다. 얼음 속에서 중간중간 나오는 옥수수 알은 굳어버려 뻣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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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알티 2021.7.│지도 한때 봉리단길로 불렸지만, 고깃집만 줄창 들어선 쇠락한 주택가에 있는 카페. 대로변에 있는 작은 입간판을 따라 골목길로 꺾으면 된다는데, 그걸 못 봐서 한 바퀴 돌았다. 언뜻 보면 한옥 카페인 것 같지만, 다른 지점의 인테리어를 보면 지향점은 일본식임을 알 수 있다. 좌석은 엄청나게 불편해 도대체 앉으라고 만들어 놓았는지 싶은 좌식 탁자 쪽과 계산대 옆의 불편한 탁자 하나를 제외하면 공유 탁자라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공유 탁자에 플라스틱 가림막은 있지만,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 별채에도 물론 탁자는 있으나 좌식이며 개방되어 풀벌레가 많아 썩 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호지차가 있는 곳은 잘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곳이다. 호지차는 차를 볶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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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교자 2021.6.│지도 찜기에 쪄내는 만두를 튀긴 모양의 왕 군만두는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튀겨내 겉이 쫄깃쫄깃하다. 사진에는 없지만 미니 찐빵도 샀는데, 피가 꽃빵처럼 쫄깃하고 탱탱한 거로 보아 왕군만두도 원래부터 피가 맛있어서 튀긴 것도 맛있었구나 싶다. 안에는 양파가 새끼손톱 정도의 크기로 잘려 사각사각하다. 대부분의 만두소는 후추가 많아 자극적인데 여기 만두는 그러지 않아 좋다. 비빔만두는 납작 만두를 튀긴 모양으로, 바깥 부분의 만두피가 산호처럼 들쑥날쑥 위아래로 뻗쳐있다. 만두와 같이 먹을 야채는 방울토마토 용기 높이의 반 정도 되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준다. 양배추와 콩나물, 양념을 시원스레 비벼 만두와 먹으면 참 맛있을 듯한데 사정상 그러지 못했다. 고작해야 만두 하나만 먹었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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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명가 어나더 랩 2021.6.│지도 호텔 수성 1층에 있는 커피명가 어나더 랩. 입구는 좁지만, 막상 들어오면 넓으며 천장도 높아 시원시원하다. 이 지점에서만 파는 음료로 보이는 게 몇 있었는데, 메뉴판에서 딱히 그걸 강조하지는 않아 차별화가 안 된다. 거기다 분명 뒤에 케이크가 있음에도 메뉴판에 디저트가 실려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저 못 봤을지도 모른다. 음료는 유리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컵에 담아 준다. 착즙 주스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무작정 시켰는데 은은한 단맛이 있어 의외로 먹을 만했다. 음료를 마시니 대구의 명소가 실린 컵받침도 주신다. 행사 상품이 남아서 그냥 주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