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주전부리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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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게 2021.2.│지도 방문한 건 오후 느지막이였다. 영업은 12시부터인데도 조명이 채 들어와 있지 않았다. 건물의 문제인지 습기 찬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초콜릿은, 특히 나뭇잎 모양의 초콜렛은 아름답다. 초콜릿은 모양마다 내용물이 다르다. 나뭇잎 모양은 아몬드 프랄린, 꽃은 로즈리치, 사각형은 박하, 원은 커피 맛이다. 겉은 살짝 깨물면 부서지는 정도의 단단함에, 속은 부드러운 가나슈라 상반된 질감을 맛볼 수 있다. 커피는 다른 초콜릿에 비해서는 향이 약하다. 오늘의 목표, 무스카딘. 슈가파우더를 입힌 초콜릿이다. 나무를 형상화했다는 것에서 부슈 드 노엘도 떠오른다. 식감은 위의 초콜릿과 마찬가지로 상반된 성질이 공존하는데 술(꼬냑)이 들어가 아찔함이 순간 스쳐 지나간다는 게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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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지데 2021.2.│지도 교통환경이 좋지 못하지만, 작품처럼 정성스레 쌓아 올린 케이크를 보면 역시나 한 번쯤은 가고 싶어지게 된다. 다른 제과점에서는 흔히 몽블랑이라고 이름 붙여 파는 빵이다. 안은 퍼석퍼석할 거라는 상상과 달리 촉촉하고 살짝 달콤하니 좋다. 무엇보다 좋은 건 팔공산이라는 친숙한 이름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상큼한 카시스(블랙커런트). 꼬끄가 부드럽고 촉촉하다. 파이지가 부드럽다. 모모케이크의 에그타르트는 버터 향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는데 덜해서 좋다. 커스터드 크림도 마찬가지. 크림치즈가 있지만, 뻑뻑한 질감과 신맛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아 다행이다. 불규칙하게 조각난 뒤 꽂힌 초콜릿에 든 빗살 같은 햇볕은, 타르트라는 작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척 봐도 단단한 파이지(파트 슈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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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오븐 2021.2.│지도 슈톨렌 이후로 마음이 상해서 쳐다보지도 않다가 오랜만에 간 미스틱오븐. 그사이에 가게는 중심구에서 범어동으로 이전했는데 여전히 가게는 잘 되는 듯하다. 처음엔 간판도 없어 단순히 잘 되는 카페가 있구나 싶어 지나칠 뻔했다. 미스틱오븐의 장점은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미니 사이즈의 케이크지만 오늘은 다른 것만 샀다. 추운 계절이 되면 슬그머니 나오는 케이크, 몽블랑. 크레도에서도 먹어보긴 했지만, 비교 검증을 위해 한 번 더 샀다. 속이 생크림이라는 차이는 있었지만, 밤이 주가 된다는 점은 같다. 밤 맛은 잔잔하지만 큰 인상은 없다. 지난번 모모케이크에서도 비슷한 말을 쓴 걸 보면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단지 이 재료와 맞지 않는가 보다. 오랜만에 산 스콘. 촉촉하게 포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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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키에 2021.1. 파스키에 트레쎄(4개입 24900원). 프랑스에서 들어온 빵이래서 호기심에 샀다. 평일에 주문한지라 주말 전에는 어련히 오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택배가 오질 않는다. 상품 설명에 코로나 19로 출고가 2~3일 지연된다는 말이 있어 처음에는 열심히 기다렸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다. 뭐 때문인지 안내도 없이 일주일이 지나 배송을 해 주는데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단면은 동네 빵집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식빵 정도에, 옆 길이는 작은 식빵을 기준으로 1.2~1.3배 정도이다. 미리 잘려져 있어 빵칼을 들 필요는 없다. 조각의 두께는 일반 식빵의 2배 정도 되어 두툼하다. 종류는 버터와 달걀을 많이 넣어 부드럽다는 브리오슈라, 생으로 먹으면 무거워 구워 먹는 게 낫다.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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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슈크레 2020.12.│지도 가게를 수없이 지나가면서도 쉽사리 사지 못했던 고급스러운 단맛은 응원이나 격려를 위한 선물로 제격이다. 안 그래도 아름다운 작은 케이크는 매끄럽게 마감되어 햇빛과 함께 더욱 빛난다. 전에 없이 빠르게 사라지는 케이크는 맛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다. 왼쪽 위에 있는 꾀르(coeur)는 프랑스어로 심장을 뜻한다. 다소 섬뜩하다. 뜻을 찾아보고선 하트라 해도 될 텐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하트도 마찬가지로 심장이라 매한가지다. 누구에게는 사랑스러울 모양이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모양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기에 사면서도 맛은 괜찮으려나 싶었다. 그렇지만 기대가 낮았기에 오히려 라즈베리와 바닐라의 균형 잡힌 맛에 감동했다. 왼쪽 오른편에 있는 딸기 타르트는 보기에는 가장 예뻤지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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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윈 2020.12.│지도 작년 딸기 크루아상 때문에 홍역을 치른 윈드윈. 올해도 역시나 딸기 크루아상이 시작되자마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그 여파로 예약제가 폐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열풍을 부르는 딸기 크루아상을 이번에야말로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예전에 먹었던 무화과 크림과 달리 딸기가 들어 크림치즈의 부담스러운 맛이 누그러진 게 좋다. 그렇지만 크루아상이 바삭하고 질겨 어떻게 먹든 지저분한 게 흠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평범해서 왜 이렇게나 열광하는 건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스럽다. 딸기 크루아상에 가려지긴 했지만 나름대로 인기인 것 같던 팡도르도 사 봤다. 레몬 향이 살살 나는데 부드럽기까지 해 아주 기막히다. 그리 크지 않아 빵이 금방 사라졌다. 조리하지 않고 집에 가져왔다. 따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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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다방 2020.11.│지도 개업 기념으로 음료를 두 잔 시키면 까이딴자이(홍콩식 에그와플)를 준다니 어떻게 또 지나칠 수 있을까. 까이딴자이는 봉투에 담아줬는데, 속은 코팅돼있고 아래에는 김이 빠져나가도록 구멍이 뚫려있어 집으로 가져올 때까지 눅눅해지지 않았다. 까이딴자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풀빵인데, 고급 땅콩과자라고 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 딱 맞다 싶다. 은은하게 달면서 구수하여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음료는 캔에 담아 컵홀더만 다르게 끼워준다. 기본 용량은 250ml인데 캔이 양에 비해 크다. 500ml 음료도 팔기 때문에 캔의 크기를 맞춰 번거로움을 줄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음료를 마실 때 반 정도가 비어있는 건 역시나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다행히도 음료는 다들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