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기 76
-
벚꽃 아래를 걷다 (3) 코가네이 공원 2022.4. 벚꽃 탐방 세 번째 순서는 코가네이 공원인데, JR 중앙선 무사시코가네이역과 히가시코가네이역, 세이부 신주쿠선 하나코가네이역 중 어떤 역에서도 가깝지 않아 기본 15분은 걸어야 한다. 물론 공원 앞에 내려주는 버스가 있긴 한데 잘 오지도 않아 걷는 시간이나 기다리는 시간이나 매한가지다. 넓이도 그렇고, 애매한 위치와 접근성도 그렇고 대구의 송해공원과 참 닮았다. 사실 관광을 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체력 안배도 해야 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걷는 시간과 비슷해도 버스를 타고 가기 마련인데, 일본에 조금 살기 시작하니 역시나 돈이 아까워져서 걸었다. 가는 길에 산목련(신이, 코부시)으로 추정되는 나무를 봤다. 코가네이 공원 에도-도쿄 건축 박물관 입구 앞. 에..
-
벚꽃 아래를 걷다 (2) 스미다강 2022.4. 간밤에 비가 내려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한 날씨다. 낮아진 기온에 깜짝 놀라 스웨터를 껴입으면서도, 4월이면 그래도 봄이어야지 않은가 하는 마음에 외투는 다소 쌀쌀한 봄 날씨에 어울릴 만한 것을 걸치고 나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 머플러까지 두르고 나갔는데 다행히도 살짝 드리운 겨울의 그림자는 낮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사쿠사 하면 역시나 센소지고, 또 센소지뿐이었지만, 벚꽃을 찾아 스미다강 쪽으로 걸어가 보니 풍경이 새삼 다르다. 아사쿠사의 풍경인 줄만 알았던 도쿄 스카이트리와 금색의 아사히 본사 건물, '황금 불꽃'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인 '아사히 슈퍼 드라이 홀' 건물들은 강에 의해 현대라는 영역으로 떨어져 나간다. 스미다강은 현대와 전통이라는 ..
-
벚꽃 아래를 걷다 (1) 메구로강 2022.3. 벚꽃 명소로 유명한 메구로강을 보기 위해 나카메구로 역으로 갔다. 전철에서 내리면 메구로강과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메구로강은 강폭이 넓지도, 좁지도 않아 양쪽을 오가며 산책하기 좋지만 어디서 벚꽃 구경을 하는가에 따라 조금씩 풍경이 다르다. 가장 유명한 곳은 나카메구로 역 근방이다. 강 양쪽에 식재된 벚나무는 서로 얽혀 터널 같기도, 다리 같기도 한 풍경을 만든다. 벚꽃이 절정일 때를 조금 지나 그런지 때마침 부는 바람에 내리는 꽃비도 구경할 수 있었다. 강 양쪽에는 상점이 많은데, 벚꽃 철이라 노점도 가세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여기서 북쪽의 이케지리오오하시(池尻大橋) 역 방면으로 걸어가면, 위 사진처럼 나카메구로 근방..
-
온천, 자연, 예술 (3) 2022.3. 양은 부족하지만서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 아침 일찍 열어줘서 고마웠던 카페 '커피 캠프'는 알고 보니 숙소였던 '게스트하우스 텐트'를 운영하는 곳과 같았다. 건물은 모든 게 낡은 하코네에서 홀로 현대적인 느낌을 풍기는데, 농협 건물을 재단장한 것이라고 한다. [1] 아침으로 먹은 닭고기 오픈 샌드위치는 맛은 있었지만, 재료가 혹여 빵에서 떨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먹어야 했다. 그러면 다른 걸 시켰으면 될 문제이긴 하지만, 나머지는 핫도그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번 여정의 핵심인 폴라 미술관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가는 길은 부산 이상으로 커브와 경사가 많았다. 산속이라 나무도 많았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 좋은 풍경..
-
온천, 자연, 예술 (2) 2022.3. 잠을 설쳤다. 간밤에 숙소 운영진의 자녀로 추정되는 어린이가 부산스럽게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얼마나 돌아다녔으면 좀처럼 잠을 설치지 않는데도 눈이 떠졌다. 한 소리 할까 하다가 다른 사람도 항의했는지 해당 어린이에게 주의를 주는 듯했다. 새벽 2시였다. 아침은 따로 먹지 않았다. 고우라역에서 가까운 두부 가게에서 군것질하기 위해서다. 아침 7시부터 영업하는 은두부라는 상호의 두부 가게는,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는 사람에게 고마운 곳이다. 두부를 대충 국자로 퍼서 담아줄 뿐이지만 그게 또 맛있다. 식사까지는 아니지만 허기는 채웠다. 그렇지만 음식을 만드시는 데 마스크를 안 쓰시니 다음에도 가기에는 망설여진다. 둘째 날은 화산지형을 보러 갔다. 첫 목적지인 오와쿠다니로..
-
온천, 자연, 예술 (1) 2022.3. 폴라 미술관의 특별전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전시만 보고 오기에 하코네는 너무 멀어 숙박하기로 했다. 하코네까지는 철도회사 오다큐의 특급열차인 로망스카를 탔다. 그렇지만 로망스카는 이름만 거창하지, 일반 열차를 타는 것과 비교해 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들진 않는다. 단지 환승의 번거로움이 줄어드는 것과, 전망석이라고 해서 보통은 운전실이 있는 앞좌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열차에 한정된다) 하지만 존재를 아는 것과 실천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 급하게 예약한다고 좌석을 고를 겨를도 없었다. 특급열차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타지 않았다. 뒤에 부부가 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코네까지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그동안 눈을 좀 ..
-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메종 에 오브제 파리' 전, 그리고 2022.3. 발음만 다를 뿐 오사카와 지명이 같아 혼란스러운 도쿄의 니혼바시. '메종 에 오브제 파리' 전을 보기 위해 찾은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신주쿠의 그것과는 달리 지은 지 오래되었는지 많이 낡았다. 엘리베이터만이 세월을 아름다움으로 남겼다. 전시회 입장료는 500엔이었다. 백화점에서 전시하는데, 입장료까지 저렴하다. 규모가 작거나 볼 것이 없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실용성은 둘째치고 일단 아름답다. 늘 보던 책상, 늘 보던 탁자, 늘 보던 접시에서 벗어나 집이라는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전시를 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식사하려고 보니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
-
이른 봄, 꽃다발 한 아름 2022.3. 3월이 되면 막연히 벚꽃이 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전히 날씨는 추웠고 벚꽃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아무리 섬나라이지만 도쿄의 위도가 대구보다 높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개인적으로는 벚꽃보다는 매화를 좋아하지만, 매화는 꽃이 가지에 붙어 드문드문 피기 때문에 한 종류로 통일해 식수하지 않는 이상은 벚꽃만큼의 굉장함은 떨어진다. 당연히 꽃을 보러 가기에도 애매한 데가 있다. 그래도 사람이, 날씨가 풀리게 되면 뭔가 마음이 들썩거리기 마련이다. 쿠라마에 신사는 그런 애매한 시기에, 어디 꽃구경할 곳은 없나 찾다가 알게 된 곳이다. 쿠라마에 신사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 오에도선 이다바시역에서 환승했다. 그런데 역을 구성하는 자재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마치 근미래 배경의..
-
사시사철 꽃 감상, 꽃꽂이 2022.3. 아는 사람이 꽃꽂이를 배우는데, 꽃꽂이 선생님께서 작품을 냈다고 하여 함께 꽃꽂이 협회전에 갔다. 꽃꽂이는 나이 든 사람이 즐기는 소수의 취미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개장 시간에 맞추어 갔는데, 사람도 많은 데다 젊은 사람도 드문드문 보였다. 그렇지만 꽃꽂이에 아예 관심도 없던 상태에서 간 전시회라, 꽃이 아름답다 외에는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걸 알기 때문인지 일행이 꽃꽂이와 관련한 여러 정보(계절에 맞는 꽃을 사용한다, 주지(主枝)와 객지(客枝)로 나뉜다, 꽃은 만개 전의 드문드문 피어있는 것이 좋다는 것 등)를 알려줘서 제법 유익한 감상이 되었다. 유파도 여럿 있어, 전시회를 보며 유파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웠다. 식..
-
눈, 눈, 눈 (3) 2022.3. 지하 통로로만 이용하던 삿포로역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제대로 살펴본다. 홋카이도의 마지막 끼니는 오쿠시바 상점에서 해결했다. 벌써 세 번째 수프 카레다. 첫 번째 수프 카레는 실패했고, 두 번째 수프 카레도 썩 맛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뭐든 삼세판이라고, 속는 셈 치고 또 수프 카레를 먹었다. 그런데 설마, 마지막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수프 카레와 만날 줄이야. 수프에 새우가 들어가 감칠맛이 나는 게 한몫했다. 본점은 홋카이도의 오비히로에 있다는데, 본점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궁금해진다. 밥은 드물게도 잡곡밥으로 나온다. 마지막 끼니라고는 했지만, 식사는 식사고 후식은 후식대로 챙겨야 하니 제과점 롯카테이로 갔다. 본점은 마지막 끼니를 마쳤던 오쿠시바상점과 마찬가..
-
눈, 눈, 눈 (2) 2022.3. 삿포로역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에서 산 도시락으로 아침을 마쳤다. 마감 세일에 산 거라 무려 292엔이다! 후식으로는 마찬가지로 전날에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에서 산 케이크를 먹었다. 케이크는 '하얀 연인'이라는, 쿠크다스 비슷한 과자로 유명한 '이시야' 의 것인데, 맨 위에 있는 초콜릿부터 ㅍ사 케이크 맨 위에 있는 꽃잎 모양의 싸구려 화이트초콜릿 맛이 나서 입을 버렸다. '하얀 연인' 과자는 안 먹어봤지만, 그보다 비싼 케이크가 이런 맛이라면 과자는 볼 것도 없다. 눈이여 와라, 라는 뜻의 유키야콘코. 롯카테이 과자는 실패가 없다. 커다란 미쯔 맛이다. 버스가 일찍부터 다니지 않아 느긋하게 숙소를 나왔다. 오전에는 두대불전에 들렀는데, 삿포로 지하철 종점에서 버스로 갈..
-
눈, 눈, 눈 (1) 2022.3. 오후 비행기로 홋카이도에 갔다. 원래 여행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편인데, 홋카이도 여행은 이상하게도 계획을 짜기 싫어 게으름을 피우다 여행 전날에 반 정도, 그리고 여행 당일에 나머지 반을 짜는 무리수를 뒀다. 그러다 보니 공항으로 가기 전 식사는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니 허겁지겁 여행길에 나서게 됐다. 천신만고 끝에 공항에 도착하니 기상악화로 회항 가능성이 있다는 안내가 있어 겁먹었지만, 난기류로 흔들린 것 외엔 무사히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신치토세 공항은 홋카이도의 중심가인 삿포로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열차 하나로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그렇지만 저녁 비행기다 보니 저녁 먹기가 마땅찮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수프 카레 가게도 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