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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먹으러 경주 (1) 2021.6. 여행 목적으로 경주에 가는데, 교통수단이 열차라면 아무렴 KTX보다는 무궁화가 편하다. 그런데 예약하려고 보니 희한한 좌석이 있다. 4호차에 마치 KTX에 있는 것과 비슷하게, 동반석이라는 이름의 마주 보는 좌석이 있는 거다. 마주 보며 갈 수 있어 냉큼 예약했는데 낭패를 봤다. 다른 좌석과 분리되어 있어 마치 특실인 것 같은 느낌은 처음뿐이었고, 막상 앉으니 소음이 심해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열차 차량을 넘어갈 때의 소음이 내내 들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동반석 너머에는 본래 열차 카페가 있었으리라 추정되는 곳이 있었는데, 지하철 좌석처럼 마주 보는 일자형 좌석을 깔아 놓았다. 한쪽이 4~5석 정도, 총 8~10석이니, 시간만 잘 맞추면 입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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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쉬튼호텔, 더 가니쉬, 울산대공원, 쉐피, 태화강 국가 정원 (2) 2020.11. #4 에쉬튼호텔 HP 지도 호텔은 시청 바로 옆에다 대로에서 크게 들어가지 않아 안심된다.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빌딩뿐이지만 애초에 놀러 온 게 아니라 크게 상관없었다. 시설은 신축이니만큼 깔끔했고 비품들도 필요한 게 잘 갖추어져 있었다. 샤워용품의 향은 감귤~오렌지의 시트러스 향이 기조가 되어 상쾌하다. 뜨끈한 바닥에서 자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침대는 여전히 낯설다. 과하게 부풀려진 침구들도 부담스럽다. 몸에 바로 전해져오는 따뜻함이 그립다. 이 점에서 침대는 절대 바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렇지만 난방이 잘 되어 찬 데서 잘 때 느껴지는 찌뿌둥한 느낌은 없다. 다소 답답하다고 느껴질 만한 따뜻한 공기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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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집김치찜, 코벤트가든 (1) 2020.11. #1 울산역 일이 있어서 울산에 갔다. 고속열차를 타고 갔는데, 입지 조건이 신경주역과 비슷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울산 시내로 가는 노선은 많았지만, 외딴곳에 위치한 탓인지 배차 간격이 기본 15분부터 시작한다. 리무진 버스는 울산 시내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있음에도 국도로 다녀 일반 버스와 소요 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일반 버스를 탔더니 정류장 수는 엄청나게 많고, 노선도 구불구불해서 돌아올 땐 리무진 버스를 타야겠다 마음먹었다. 애초부터 무궁화호를 타고 태화강역에 내리거나, 고속버스를 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고생 끝에 탄 버스는 고요했다. 대구서는 대중교통을 타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울산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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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해수욕장과 바다 미술제 2019.10. 하여튼 호기심은 문제다. 2년마다 개최되는 바다 미술제가 뭐라고 또 부산에 갔다. 매년 개최장소가 바뀌는 바다 미술제의 이번 무대는 다대포 해수욕장이다. 지하철 1호선 종점이라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1 가연장 다대포점 지도 12시가 조금 안 되어 다대포 해수욕장 역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을 구경하다 중간에 밥을 먹으러 오는 건 번거로우니 이른 점심을 먹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맛있게 먹을 만한 곳이 없다. 다행히 보험이 있다. 어제 찾아두었던 가연장 다대포점에 갔다. 만원으로 정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정찬이라는 상호와 달리 찬들은 백반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고깃집에서 자주 볼 법한, 주요리를 위해 나머지는 거드는 인상이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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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963, 초량168계단 (2) 2019.8. #4 F1963 HP 지도 5층짜리 아파트, 주택, 빌라가 있는 오래된 동네. 그리 크지 않은 길에서 왼쪽엔 주차장, 오른쪽엔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를 끼고 오르막을 오르면 보이는 곳. F1963은 외로운 건물이다. 고려제강의 와이어공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장은 2008년에 생산 종료 및 설비 이전을 거쳐 2016년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현재는 카페, 음식점, 서점 등이 입점한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공장은 이미 그 자리에서 벗어났지만, 공장(Factory)의 F와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인 1963을 합성한 이름 F1963으로 여전히 공간을 지배한다. (출처: F1963 홈페이지) 공장을 개조한 대규모 공간은 5년쯤 전에 유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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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영도대교 (1) 2019.8. #1 부산현대미술관 : 랜덤 인터내셔널 - 아웃 오브 컨트롤 HP 지도 랜덤 인터내셔널 관람 시 5000원 '랜덤 인터내셔널'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의 이름인데, 내년 1월까지 아웃 오브 컨트롤이란 제목 아래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레인 룸'과 '알고리드믹 스왐 스터디'를 전시한다. 그중 압도적으로 주목을 받는 건 '레인 룸'인데, 이 작품은 7년 전인 2012년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 전시된 작품으로, 부산현대미술관에서도 이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2017년부터 노력했다고 한다. (출처 : 중앙일보 기사) 그렇지만 일반인에게는 이런 정보보다는 '비에 젖지 않고서도 빗속을 걷는 느낌을 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더 흥미를 끈다. 상호작용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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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경복궁 2019.3. 돌이켜 생각해보면 작년 이맘때엔 미세먼지가 엄청났던 것 같다. 언론에서는 마스크를 쓴 시민을 호들갑스럽게 보도했고 출근 전에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단순히 봄만의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것이 떨어지지 않는 감기처럼 내내 삶을 얽어맸다. 그런데 그것이 해가 바뀌자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춘다. 서울에 올라가야 할 일정이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1 토속촌삼계탕 지도 토속촌삼계탕 18000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찾던 곳이라 해서 유명해진 토속촌 삼계탕은 오전 10시부터 영업하는 게 장점이다. 좁은 입구와는 달리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주문한 건 상호와 같은 토속촌 삼계탕(18000원). 약재 향이 나는 삼계탕은 견과류가 들어가서 구수한 맛이 난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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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흰여울문화마을 2019.6. 송도해상케이블카 HP 지도 : 왕복 14000 바다 위를 건너는 케이블카라 혹해서 갔지만 정말 케이블카밖에 즐길 거리가 없다. 보통 해수욕장 쪽(송도 베이 스테이션)에서 케이블카를 탈 텐데, 도착지인 임남공원에 자그맣게 조성된 송도 스카이파크는 통일감 없이 조잡한 느낌을 주는 조형물이 가득하다. 특히 움직이는 공룡은 맥락도 없다. 요금은 일반 캐빈 기준으로 왕복 15000, 편도 12000 - 전날까지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1000원 할인된다 - 라 걸어서 송도 해수욕장으로 갈 게 아니라면 왕복 티켓을 사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굳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여기 찾아갈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찾아가더라도 사실 바닷가 근처가 더 볼 것이 많다. 의외로 중년층이 많았다.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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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 오후의 홍차 2019.8. 스타벅스 부산역점 지도 : 샌드 비치 크림 프라푸치노 6800 해외에 사는 친구가 부산에 온다길래 안내해줄 겸 부산에 놀러 갔다. 의욕만 넘쳐서 9시에 보자고 했는데 물어보니 아침을 안 먹었대서 부산역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부산 한정 음료인 샌드 비치 크림 프라푸치노를 마셨다. 가게도, 좌석 간격도 좁은데다 반지하라 음습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여름이라 아침부터 햇빛이 들고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음료는 블랙티 파우더에 아몬드 초콜릿 토핑이 되어 있다. 당연하게도 홍보 사진이랑은 달랐고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다. 그렇지만 특별하게 맛있는 것도 아니고 궁금증도 해소했으니 다시 불매운동을 한다. 감천문화마을 HP 지도 해외에서 일부러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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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궁원(동궁 식물원, 경주 버드파크) 2019.2. 동상이몽 친구가 경주 동궁원에 가자고 운을 띄웠다. 언젠가부터 보문호를 돌면 나오는 유리온실. 작년에 비슷한 느낌의 창경궁 유리온실을 다녀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궁금했기에 제안이 반가웠다. 당장 기차표도 예약했다. 약속 시각에 제대로 나온 적이 거의 없기에 걱정이 되어 조금 늦게 출발할까도 물었지만 괜찮단다. 하지만 역시나 출발 당일에도 지각하고 결국은 기차표를 취소하고 고속버스를 탔다. 다행히도 버스 편이 많아 시간을 많이 낭비하진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하고 있자니 친구가 말하는 경주 동궁원은 사실 동궁원 안에 있는 경주 버드파크라는 걸 알았다. 난 동궁 식물원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결국은 두 군데 모두 보기로 했다. 나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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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4) 2019.1. * La Brianza HP 지도 좀처럼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타베로그에서 고평가를 받으면서도, 런치 가격이 1800엔으로 생각보다 저렴한 곳이다. 음식도 마침 좋아하는 파스타다. 들어가니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중년 이상의 손님들이 많았고 내 옆에는 비즈니스 맨들이 식사가 끝난 지 한참이나 되었는데도 노트북까지 동원하며 사업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좌석 간격은 일본답게 다소 좁다. 우선은 빵이 나온다. 오른쪽은 분명 포카치아인데, 왼쪽은 모른다. 기름에 튀겨 고소하다. 다 먹은 그릇을 보고 지나가던 종업원분이 뭘 물어보셨는데 치워주시는 줄 알고 OK 했더니 하나 더 가져다주셨다. 포카치아는 하나, 왼쪽의 빵은 무려 4개나 더 주셔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