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기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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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연고 (4) 2022.2. 숙소에서 조식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전날 먹을거리를 사는 걸 잊어버려 식사하기 편한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숙소는 유니조 호텔이었는데, 조식을 일식과 양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음료는 무제한이지만 어디 운동이라도 하고 오지 않는 이상 그렇게까지 음료를 마실 일은 없으니 허울 좋은 말이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나고야시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고흐전을 보러 갔다. 해당 전시는 과거 도쿄에서 열린 고흐전의 순회전인데, 당시 고흐전을 알게 된 지 너무 늦어서 매진이라는 글자 앞에 고흐전을 눈물로 보내야 했던지라 반가웠다. 전시장은 평일 아침이었음에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고흐전의 제대로 된 제목은 '고흐전: 공명하는 혼 헬레네와 빈센트'로, 전시는 수집가 헬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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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연고 (3) 2022.2. 나가시마 리조트의 일부인 나바나노사토(유채꽃 마을). 속속들이 즐겨주겠단 각오로 일찍부터 방문했다. 2월 하순이면 매화가 필 거로 생각했는데, 매화나무가 300그루 정도 있다는 매화원 중 어느 나무도 만개 혹은 만개에 가깝게 개화하지 않았다. 앙상한 가지 속 겨우 찾은 꽃은 조그맣지만, 향기는 진해 존재감이 뚜렷하다. 식수 된 나무의 나머지 대부분은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종이라 비슷한 시기에 만개를 맞이할 듯했다. 원내는 낮은 단차도 있어 전체를 조망하기에 좋아 보인다. 일루미네이션이 중심인 나바나노사토에 일찍부터 간 건 베고니아 온실도 한몫한다. 베고니아 온실은 이름대로 온갖 종류의 베고니아를 모아놓은 곳으로, 총 4구역으로 나뉜 온실 중 1실과 4실을 차지한다.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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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연고 (2) 2022.2. 느지막이 일어나 나고야 역사에 있는 카페 장시아느에서 점심을 먹었다. 굳이 카페에서 식사를 한 건 병아리 모양 케이크 '피요링' 때문이다. 피요링만 사서 갈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입고 시각에 맞추어 긴 줄을 서야 하므로 차라리 피요링이 포함된 식사를 하는 게 편하다. 구성은 버터 토스트에 샐러드, 요구르트, 음료다. 하지만 말이 버터지 실제로는 휩 버터라는 이름의 마가린 비슷한 것이 나오고, 드레싱은 시판이라고는 하지만 포장을 뜯어 끼얹는 최소한의 수고도 없다. 식사 후에는 나고야역을 기준으로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곳에 있는 기후시(市)의 '모두의 숲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에 갔다. 이토 토요오가 맡은 건물은 입구의 글씨부터 아름답다. 유리를 고동빛 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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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연고 (1) 2022.2. 일본에서 생활하고 나서 처음으로 도쿄를 벗어났다. 급하게 나고야로 가는 신칸센을 잡으려다 보니 가격이 너무 부담되어 제일 낮은 등급인 코다마를 탔다. 제일 빠른 신칸센 등급인 노조미보다 1시간이나 더 걸렸지만, 그래봤자 목적지가 나고야니 버틸 만하다. 비행기로는 종종 보았지만, 기차로는 처음이었던 후지산은 차창으로 보는데도 크다. 직접 보면 압도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산행은 영 내키지 않는다. 새우튀김을 넣은 주먹밥인 텐무스를 먹고 일정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가게가 안 보인다. 이상하다 싶어 주소를 보니 긴테츠 철도 개찰구 내라고 하여 깔끔하게 포기하고(알고 보니 개찰구 바깥이었다), 카페 콘파루로 갔다. 까짓거 식사를 하지 말까도 싶었지만,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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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다는 것, 카구라자카 2022.2. 인쇄박물관에 가려고 이이다바시 역에 내리니 쭉 뻗은 철로와 그와 나란한 하천이 시원스럽다. 카구라자카로 가려고 교차로로 가니 옥외광고판에 유달리 청색 조가 많다. 겨울의 맑은 하늘과 함께하여 마치 다른 세상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교차로를 건너 나지막한 경사를 오르니 음악이 흐른다. 도로 폭이 좁아 한눈에 들어오는 거리 양옆으로는 식당을 포함하여 식료품점이나 차 가게도 있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만들어진 아름다움이 아니라 마음에 든다. 과일가게를 둘러보니 도쿄에서 수확한 딸기도 팔고 있다. 더 올라가니 선국사(젠코쿠지;善國寺)라는 곳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호랑이의 해와 관련이 있다는 듯하다. 식사하러 라 로챠(La roc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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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카무라 '미로' 전 2022.2. 미로 전시회를 보러 간 시부야. 어쩌다 보니 개장 시간보다 한참을 일찍 도착한 지라, 거리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걸었다. 역을 나오니 일상복이라고 보기 힘든 옷을 입고 걸어가는 사람이 보인다. 놀라지 않으려 애쓰며 골목길로 걸어갔더니 퇴폐업소 비슷한 건물이 보인다. 곳곳의 그라피티는 가게가 열지 않아 썰렁한 골목길을 어딘지 기분 나쁘게 만든다. 그렇게 다시는 걷고 싶지 않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전시회장인 분카무라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시간이 남아 근처 공원에 들렀다. 분카무라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나베시마쇼토공원. 동네 놀이터 정도의 넓이의 공원에 굳이 들른 이유는 시부야구의 공공 화장실 프로젝트 중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웬 화장실인가 싶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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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박물관 '폼페이' 전 2022.2. 오랜만에 방문한 우에노역. 개축하여 낡은 이미지를 걷어냈다. 폼페이전은 우에노역 근처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렸다. 도착한 건 박물관 개장 조금 전이었는데, 아무도 없어 맞은편 분수대를 한 바퀴 돌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조금씩 줄을 서기 시작했고, 따라서 줄을 섰다. 폼페이전은 화산 폭발에 휩쓸린 사람들의 비극보다는, 그들의 생활상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이탈리아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폼페이를 한순간에 죽음으로 덮었지만, 그 덕분에 2천 년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물건들이 잘 보존되었으니 참 얄궂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 기술이나 문화 등이 월등히 발전했지만, 전시된 유물들을 보면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과연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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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뒤 쇼콜라 2022 2022.1. 시작은 신주쿠역 서쪽에 있는 우동 가게 '우동 신'부터. 코로나 이전 관광객으로 붐볐던 가게라 그런지 메뉴판에 한국어 번역이 있으며, '강추'라는 단어(단어가 현재 유행하는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도 쓰는 등 번역도 상당히 매끄럽다. 그중에서도 재미있던 건 위 사진의 매운 맛 추가 안내판이었다. 4단계가 '마라탕 정도’라 적혀 있어 한국에 대해 상당히 잘 아시는 분이 번역하신 게 아닐까 싶다. 가게는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전형적인 일본 식당이다. 좁은 곳에 일자형 탁자를 넣고 거기에다 뒤로는 2인용 탁자도 구겨 넣어 좁다. 일자형 탁자는 일반적인 높이보다는 더 높았으나 우동 면을 입에 가져가기에는 편한 높이다. 우동은 밝은 가게와 달리 칙칙한 그릇에 담겨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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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카무라 '핀란드 디자인' 전 2022.1. 시부야구에 있는 복합문화시설 분카무라. 미술관은 지하에 있었는데, 입구에 가까이 가니 휴대폰이 먹통이 된다. 천장이 닫힌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리 저가 통신사를 써도 그렇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거주 공간에 놓는 것이 요원하기에, 전시장에서 보는 소품들은 더욱 새롭게 그리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단지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실용성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게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대중들도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위하여란 목적의식은 작년 알폰스 무하 전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환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탄생한 알바 알토의 팔걸이의자 '41 파이미오'에서 크게 느꼈다. 다만 내부는 촬영이 일절 불가하여, 감동을 투사할 대상은 없어지고 기념품 판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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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 일대 산책 2022.1. 직접 만든 치즈를 맛볼 수 있는 가게, 굿 치즈 굿 피자. 매장 입구에서부터 치즈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장은 일자형 좌석과 테이블 좌석이 혼재돼있다. 공간은 넓은데 테이블 간격은 좁다. 상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치즈이지만, 매장에서 식사하는 경우에는 단독으로 주문할 수 없었다. 뭘 주문해도 항상 무언가를 끼워 넣어야 한다. 이날은 위의 치즈 3종과 아래의 샐러드를 주문했다. (1000엔) 과연 상호에 치즈가 있기 때문인지 한 입 거리임에도 맛있다. 일행과 함께해 이 조그만 치즈를 또 반으로 나눠 먹어야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여운이 남는 것 같다. 토마토가 곁들여진 게 모차렐라 치즈인데, 일전에 방문했던 시부야 치즈 스탠드보다는 덜 쫄깃하지만, 개인적으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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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원 '도쿄 자미' 2021.12. 도쿄 자미는 시부야구(区)에 있는 요요기우에하라 역 근처에 있는 이슬람 예배당이다. (자미(camii)라는 단어가 터키어로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를 일컫는다) 종교시설 외에도 터키 문화 센터도 겸하고 있어 상점, 서점, 식료품점, 강당 등도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예배당이 있다.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하며, 여성은 여기에다 입구 근처에 비치된 히잡도 써야 한다. 불편하지만 여성은 2층 예배당에도 올라갈 수 있으니 일장일단이 있다 싶다. 예배당은 고유의 색 조합에 의한 장식과 글자를 몰라서 더욱 그림 같았던 아랍문자로 빼곡하다. 그렇지만 예배 때가 아니라 그런지 실내는 조금 어둑어둑하고, 색유리 사이로 비치는 빛에만 그 화려함이 돋보인다. 종교시설의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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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미술관 '어나더 에너지' 전 2021.12. 항상 그렇듯이 일정의 시작은 식사부터다. 거리가 필요한 코로나 시대에, 문 여는 시각에 맞추어 식사하지 않으면 금방 실내가 북적북적해져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영업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자니 맞은 편의 귀여운 고등학교 간판이 보인다. 찾아보니 근처에 화덕피자가 유명한 가게 '사보이'가 있어서 본의 아니게 또 화덕피자를 먹게 되었다. 점심에 식사하면 복숭아 아이스티, 샐러드, 피자(마르게리타 또는 마리나라 중 선택)를 1000엔에 먹을 수 있다. 단, 가격이 저렴한 만큼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가게는 좁고 의자는 높다. 화덕과 주방을 한쪽에 크게 놓고, 좌석이 이를 둘러쌌다. 자리가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피자를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