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기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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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카시라 공원 2021.12. 목표는 이노카시라 공원이지만, 일단은 밥이 먼저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식사하려고 아침에 귤 2개만 먹었더니 어째 키치죠지 역에 내릴 때부터 피곤하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가게는 이노카시라 공원에 가는 길목 옆 샛길에 있는 피제리아GG로, 나폴리피자 인증협회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런 인증표시나 수상 이력을 보면 대단해 보였는데, 요새는 이 또한 맛을 보장해주지 못함을 느껴 조금 심드렁하다. 위치는 지하 1층으로 다소 불리하지만, 평일인데도 영업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통유리로 살펴본 가게는 낮이라 그런지 어두침침하지는 않다.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다. 피자는 특이하게도 직접 잘라 먹어야 한다. 요청하면 잘라준다고 본 것 같기도 하다. 주문한 건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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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미술관 2021.12. '창가의 토토'의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이와사키 치히로의 미술관이다. 전시는 그녀의 인생을 더듬어 시간순으로 구성되었으며, 그림은 수채화의 투명함을 한껏 살린 덕에 현재 한창인 벚꽃만큼이나 하늘하늘하다. 그러나 그림이 으레 그렇듯이 세월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치히로 미술관은 시간으로부터 작품의 색조와 질감을 보존하는 기술 '피에조 그래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출처: 치히로 미술관), 공간 한쪽에 그 결과물인 복제본도 전시하고 있다. 그 밖에 이와사키 치히로가 삽화를 그린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도서관 구석에서는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는데, 다 작성하면 묶어서 책으로 만든다. 책이 된 방명록은, 방명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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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2021.12. 봄에는 꽃이 있고, 여름은 푸르고, 가을은 청량하다. 그러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내세울 게 없다. 그래서 색색깔의 조명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추운 게 싫지만, 일루미네이션은 보고 싶었다. 찾아보니 에비스의 가든 플레이스라는 곳이 있었다. 무작정 떠났다. 요요기하치만에서부터 거리 구경을 하며 내려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아무리 구글 지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해가 빨리 져서 주위 파악이 힘들어서였다. 지도는 최적의 경로만 알려주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다니는 게 때로는 더 편할 때도 있다. 지도를 보고 선로만 따라 걸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어째 사람도 없고 적막하다. 시부야역 근처엔 공사를 하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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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정취, 카와고에 2021.12. 한 나라의 분위기라는 건 비단 과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즈음은 세계화 및 국제화에 따라 대도시의 경우 풍경이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더욱 옛날 정취를 찾아 떠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경주나 전주한옥마을 등이 그런 곳이라면, 일본이라면 역시 관서 지방(대략 오사카부, 교토부, 나라현, 효고현 일대)에 있는 교토가 제일 유명하다. 그렇지만 첫 여행지가 관서 지방이 아니라 관동 지방(대략 도쿄도, 치바현, 카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일대)이라면, 교토 대신 사이타마현에 있는 카와고에에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에 여행 가서 인사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이라면 온통 나무로 되어 있어 오래되었지만 차분한 느낌을 주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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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실제는 다르다, 신궁 외원 은행나무길 2021.11. 나라마다 가로수의 종류가 다른 게 소소하게 놀랍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흔한 은행나무이지만 일본에서는 잘 보질 못했다. 그렇지만 당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고 바빠서 좀처럼 외출하지 못한 탓도 있지 않나 싶다. 못 보면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메이지 신궁 외원에 있는 은행나무길엔, 이름대로 은행나무가 가득하다. 보통 가로수는 차도 쪽에만 1열로 심는데, 여긴 차도 쪽만 아니라 차도와 멀리 떨어진 쪽에도 심는다. 즉, 한 인도마다 2열의 가로수를 심는 셈이다. 거기다 간격은 빽빽해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빈틈이 없다. 물론 이는 인도가 넓어서 가능하다. 은행나무를 보며 가지치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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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도쿄 건축 정원 2021.11. 에도 도쿄 박물관의 분관으로, 에도 시대의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도 도쿄 건축 정원. 위치는 도쿄 중심부에서 서쪽이다. 제일 가까운 역은 북으로는 세이부 신주쿠선의 하나코가네이역, 남으로는 JR 중앙선의 무사시코가네이역인데, 문제는 에도 도쿄 건축 정원이 이들 역 중간에 있어 어느 쪽에서 가든 도보로 30분은 걸린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박물관 안에서 또 걸어야 하니 얌전히 버스를 타는 게 상책이다. 박물관은 일종의 사극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이축한 건물도 많을뿐더러 민가 외에 상점이나 공중목욕탕도 있다.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있지만, 신발을 신고 벗는 게 불편하다. 여름엔 샌들을 신으니 그때 가는 것도 좋겠다. 곳곳에는 초목도 무성하여 단순히 건물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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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닌 도쿄에서, 양조장 견학 2021.11. 양조장 '오자와 슈조'에 갔다. 양조장은 도쿄 도심에서 상당히 서쪽으로 들어간 한산한 곳에 있는데, 그래도 행정구역은 도쿄다. 마치 대구의 달성군이다. 공장 주변에는 술이나 부산물(지게미, 지게미 푸딩, 반찬 등),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일단 식사부터 한다. 식권을 제출한 뒤 음식을 받아온다. 파라솔이 펼쳐진 곳에도 앉을 수 있지만, 사진에 보이는 곳이 제일 넓은 식사 공간이다. 나무로 된 지붕에 종이 등을 걸어놔 사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람이 항시 오고 가서 마치 단체 식당 같은 느낌이다. 차분한 맛은 없지만, 오른편에 강이 흘러 경치는 좋다. 우동은 평범하다. 그릇은 다회용 용기로 보이지만 플라스틱이다. 오른쪽에 돌돌 말린 건 두부껍질(유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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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첫 인천공항 2021.10. 일본에 한동안 거주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이로 인해 좁아진 하늘길로 인천공항으로밖에 출국할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공항까지의 교통편도 전멸 수준이었다. KTX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천공항까지 바로 가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역에서 일단 내려야 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코로나 이후라 그런지 이유 없이 낯설다. 엘리베이터 속도가 빨랐다. 인구가 많아 대구보다 캐리어를 든 사람도 훨씬 많았다. 이 많은 사람이 모두 해외로 나가나 싶을 정도다. 숙박은 인천공항과 조금 떨어진 운서역에 있는 호텔투어에서 했다. 건물은 골든 튤립 호텔과 동일하며, 공간이 넓어 마음에 든다. 역과는 가까우며, 음식점도 적당히 있어서 식사하기도 편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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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2의 도시, 부산 (2) 2021.7. 식사한 뒤 광안리 해변을 걷고 있자니, 본의 아니게 해수욕장을 두 군데나 들른 셈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운대와 광안리는 둘 다 유명했지만, 해운대는 스카이 캡슐에서도 느껴질 만큼 바람이 거셌다. 하늘까지 닿을 듯한 건물은 유리를 입어 더 미래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한편 광안리는 바람이 잔잔하다. 부산역에서도 보이는 명물인 광안대교와 함께 조금 더 푸근한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두 곳 모두 공실이 거의 없어 도심지부터가 괴멸할 조짐을 보이는 대구와는 천양지차였다. 과연, 거리만 가까울 뿐이지 그래도 부산은 제2의 도시였다. 해변가에는 인증샷을 찍으라고 광안리라는 글자 조형물이 있다. 해운대는 글자가 있는 곳까지 안 가서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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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2의 도시, 부산 (1) 2021.7. 대중교통만 이용하니 항상 경주와 부산만 가게 된다. 주요 도시만이라도 접근성이 좋았으면 하는데 당장 대구에서 전라권에 가는 것도 대전을 거쳐서 가야 하니 어이가 없다. 수도권 중심의 대중교통망 체계는 2021년에도 여전하다. 그렇게 가게 된 경주와 부산이지만 다행히도 몇 번을 가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당일 여행이라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일찍 가서 동대구역의 마루가메제면에서 식사하려고 했는데, 기차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하는 바람에 가게에는 눈길도 못 주고 바로 기차를 탔다. 안 그래도 역사 2층에 있어 접근이 어려운 곳인데, 최근 뉴스를 보니 한국 사업을 철수했다고 하니 영영 생각만 하고 못 간 셈이 되었다. 식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면도 중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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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니 로다리 탄생 100주년 특별전 2021.7. 이탈리아의 아동문학가 '잔니 로다리'와, 잔니 로다리 작품에 삽화를 그린 이탈리아 출신 일러스트 작가의 원화 전시회다. 전시회는 잔니 로다리의 삶을 당시 활동했던 이탈리아 지방을 기준으로 나누어 그 지방에 대한 이야기, 잔니 로다리의 이야기에 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일러스트 작가의 삽화도 소개하였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잔니 로다리'가 중심이기 때문에 설명은 일러스트 작가가 아니라 그 일러스트가 실린 잔니 로다리의 작품에 붙는다. 그렇지만 잔니 로다리가 아동 문학가라 (아마도) 아동에게 더 인지도가 높을 걸 생각하면 삽화에 대한 설명이 작은 글씨로 되어 있는 게 아쉽다. 한편, 곳곳에 삽화가 실린 원서 또는 한국어 도서가 비치되어 있어 잔니 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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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먹으러 경주 (2) 2021.6. 황리단길도 봤고, 콩국도 먹었다. 이젠 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카페가 필요했다. 왔던 길을 거슬러 점심을 먹었던 경주 노서리 고분군 쪽으로 돌아간다. 되돌아갈 때마저 사람과 섞이긴 싫어서 돌담길을 끼고 걸어갔다. 경주 노서리 고분군 바로 옆 골목에 있는 데네브(지도상 경유 1). 여름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백조자리의 별 이름이기도 한 데네브는 주변이 한산해서 그 이름대로 더욱 빛난다. 빵이 맛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주말이라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 덮개가 없는 것도 신경 쓰인다. 가게는 목재가 많이 사용되어 갈색이 지배적이다. 내부는 테이블 6개 + 창가 좌석 4개 정도로 생각보다 작지만, 화장실이 있어 좋다. 좌석이 있는 공간의 외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