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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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설명
  •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메종 에 오브제 파리' 전, 그리고 2022.3. 발음만 다를 뿐 오사카와 지명이 같아 혼란스러운 도쿄의 니혼바시. '메종 에 오브제 파리' 전을 보기 위해 찾은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신주쿠의 그것과는 달리 지은 지 오래되었는지 많이 낡았다. 엘리베이터만이 세월을 아름다움으로 남겼다. 전시회 입장료는 500엔이었다. 백화점에서 전시하는데, 입장료까지 저렴하다. 규모가 작거나 볼 것이 없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실용성은 둘째치고 일단 아름답다. 늘 보던 책상, 늘 보던 탁자, 늘 보던 접시에서 벗어나 집이라는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전시를 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식사하려고 보니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

  • 시시카레 2022.3.│지도 말린 식물과 나무 소재의 가구로 아늑한 느낌을 연출하는 것 같지만 소품들이 통일성이 없어 어딘지 모르게 번잡하다. 이왕 식사할 거면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거로 시키자는 생각에 주문한 스페셜 커리. 스프카레가 아닌데 묽다. 먹어보니 짜다. 매운 걸 못 먹어 분명 안 맵게 주문했을 텐데 카레를 먹으니 기침이 나온다. 취향을 탈 것 같은 카레로, 일단 나와는 안 맞다.

  • 이른 봄, 꽃다발 한 아름 2022.3. 3월이 되면 막연히 벚꽃이 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전히 날씨는 추웠고 벚꽃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아무리 섬나라이지만 도쿄의 위도가 대구보다 높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개인적으로는 벚꽃보다는 매화를 좋아하지만, 매화는 꽃이 가지에 붙어 드문드문 피기 때문에 한 종류로 통일해 식수하지 않는 이상은 벚꽃만큼의 굉장함은 떨어진다. 당연히 꽃을 보러 가기에도 애매한 데가 있다. 그래도 사람이, 날씨가 풀리게 되면 뭔가 마음이 들썩거리기 마련이다. 쿠라마에 신사는 그런 애매한 시기에, 어디 꽃구경할 곳은 없나 찾다가 알게 된 곳이다. 쿠라마에 신사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 오에도선 이다바시역에서 환승했다. 그런데 역을 구성하는 자재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마치 근미래 배경의..

  • 사시사철 꽃 감상, 꽃꽂이 2022.3. 아는 사람이 꽃꽂이를 배우는데, 꽃꽂이 선생님께서 작품을 냈다고 하여 함께 꽃꽂이 협회전에 갔다. 꽃꽂이는 나이 든 사람이 즐기는 소수의 취미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개장 시간에 맞추어 갔는데, 사람도 많은 데다 젊은 사람도 드문드문 보였다. 그렇지만 꽃꽂이에 아예 관심도 없던 상태에서 간 전시회라, 꽃이 아름답다 외에는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걸 알기 때문인지 일행이 꽃꽂이와 관련한 여러 정보(계절에 맞는 꽃을 사용한다, 주지(主枝)와 객지(客枝)로 나뉜다, 꽃은 만개 전의 드문드문 피어있는 것이 좋다는 것 등)를 알려줘서 제법 유익한 감상이 되었다. 유파도 여럿 있어, 전시회를 보며 유파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웠다. 식..

  • 롯카테이와 홋카이도 대학교 과자 모음 2022.3. 양과자부터 화과자까지 폭넓게 취급하는 제과점 롯카테이. 처음 접한 계기는 마루세이 버터 샌드이고 제일 유명한 과자 또한 마루세이 버터 샌드이지만, 다른 과자 또한 보통 이상으로 맛있다. 다른 제과점의 과자가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일부 사용하는 반면, 지금까지 산 롯카테이의 과자는 이들을 일절 사용하지 않으니 재료도 믿음이 간다. 과자는 낱개로도 살 수 있어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 가랑비에 옷을 젖게 하는 작전이다. 직원도 친절해 계속 오고 싶지만 역시 홋카이도, 너무 멀다. 홋카이도 대학교의 우유를 사용했다는 쿠키. 개당 가격을 계산하면 비싸진 않지만 6개나 모아 놓으니 1080엔이라는 거금이 든다. 주재료는 밀가루와 버터인데, 버터의 이미지와는 달리 ..

  • 눈, 눈, 눈 (3) 2022.3. 지하 통로로만 이용하던 삿포로역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제대로 살펴본다. 홋카이도의 마지막 끼니는 오쿠시바 상점에서 해결했다. 벌써 세 번째 수프 카레다. 첫 번째 수프 카레는 실패했고, 두 번째 수프 카레도 썩 맛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뭐든 삼세판이라고, 속는 셈 치고 또 수프 카레를 먹었다. 그런데 설마, 마지막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수프 카레와 만날 줄이야. 수프에 새우가 들어가 감칠맛이 나는 게 한몫했다. 본점은 홋카이도의 오비히로에 있다는데, 본점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궁금해진다. 밥은 드물게도 잡곡밥으로 나온다. 마지막 끼니라고는 했지만, 식사는 식사고 후식은 후식대로 챙겨야 하니 제과점 롯카테이로 갔다. 본점은 마지막 끼니를 마쳤던 오쿠시바상점과 마찬가..

  • 눈, 눈, 눈 (2) 2022.3. 삿포로역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에서 산 도시락으로 아침을 마쳤다. 마감 세일에 산 거라 무려 292엔이다! 후식으로는 마찬가지로 전날에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에서 산 케이크를 먹었다. 케이크는 '하얀 연인'이라는, 쿠크다스 비슷한 과자로 유명한 '이시야' 의 것인데, 맨 위에 있는 초콜릿부터 ㅍ사 케이크 맨 위에 있는 꽃잎 모양의 싸구려 화이트초콜릿 맛이 나서 입을 버렸다. '하얀 연인' 과자는 안 먹어봤지만, 그보다 비싼 케이크가 이런 맛이라면 과자는 볼 것도 없다. 눈이여 와라, 라는 뜻의 유키야콘코. 롯카테이 과자는 실패가 없다. 커다란 미쯔 맛이다. 버스가 일찍부터 다니지 않아 느긋하게 숙소를 나왔다. 오전에는 두대불전에 들렀는데, 삿포로 지하철 종점에서 버스로 갈..

  • 눈, 눈, 눈 (1) 2022.3. 오후 비행기로 홋카이도에 갔다. 원래 여행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편인데, 홋카이도 여행은 이상하게도 계획을 짜기 싫어 게으름을 피우다 여행 전날에 반 정도, 그리고 여행 당일에 나머지 반을 짜는 무리수를 뒀다. 그러다 보니 공항으로 가기 전 식사는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니 허겁지겁 여행길에 나서게 됐다. 천신만고 끝에 공항에 도착하니 기상악화로 회항 가능성이 있다는 안내가 있어 겁먹었지만, 난기류로 흔들린 것 외엔 무사히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신치토세 공항은 홋카이도의 중심가인 삿포로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열차 하나로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그렇지만 저녁 비행기다 보니 저녁 먹기가 마땅찮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수프 카레 가게도 수프..

  • 타코야키, 샌드위치, 까눌레 2022.3. 항상 입맛만 다시며 지나갔던 긴타코. 이날은 행사가로 8개에 550엔인 타코야키를 420엔에 팔길래 홀린 듯이 사 왔다.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타코야키는, 아이러니하게도 여태까지 먹은 타코야키 중에 제일 맛있었다.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삭한 겉면과, 질척한 속이 잘 대비되는 맛이었다. 이후 다른 지점에서도 타코야키를 먹었는데, 이때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해당 지점 직원이 타코야키를 잘 만드는 듯하다. 반면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에서 산 까눌레는 실망스럽다. 공갈빵도 아닌데 속이 거의 비어 있다. 마찬가지로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에서 산 계란 샌드위치도 별로였다. 계란만 들어있는 건 알고 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빵이 퍼석퍼석하니 ..

  • 꿈꾸는 여우의 레몬 플라워 2022.3. 고베의 과자가게 '모로조프'의 하위 브랜드 '여우와 레몬'에서 낸 과자 중 하나. 바삭한 쿠키 위에 꽃 모양의 레몬 머랭이 올라가 있고, 그 중간에는 노란색 레몬 크림이 있다. 과자가 만드는 꽃이라는 형상도 그렇지만 맛 또한 딱 봄이 살금살금 머리를 내미는 시기에 어울린다. 그러나 쿠키도 머랭도 바삭한데 가장 안쪽의 레몬 크림이 끈덕져서 질감의 균형이 맞지 않은 게 아쉽다. 올해분 판매는 종료되어서 현재 구할 길은 없다.

  • 상처와 연고 (4) 2022.2. 숙소에서 조식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전날 먹을거리를 사는 걸 잊어버려 식사하기 편한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숙소는 유니조 호텔이었는데, 조식을 일식과 양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음료는 무제한이지만 어디 운동이라도 하고 오지 않는 이상 그렇게까지 음료를 마실 일은 없으니 허울 좋은 말이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나고야시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고흐전을 보러 갔다. 해당 전시는 과거 도쿄에서 열린 고흐전의 순회전인데, 당시 고흐전을 알게 된 지 너무 늦어서 매진이라는 글자 앞에 고흐전을 눈물로 보내야 했던지라 반가웠다. 전시장은 평일 아침이었음에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고흐전의 제대로 된 제목은 '고흐전: 공명하는 혼 헬레네와 빈센트'로, 전시는 수집가 헬레네..

  • 상처와 연고 (3) 2022.2. 나가시마 리조트의 일부인 나바나노사토(유채꽃 마을). 속속들이 즐겨주겠단 각오로 일찍부터 방문했다. 2월 하순이면 매화가 필 거로 생각했는데, 매화나무가 300그루 정도 있다는 매화원 중 어느 나무도 만개 혹은 만개에 가깝게 개화하지 않았다. 앙상한 가지 속 겨우 찾은 꽃은 조그맣지만, 향기는 진해 존재감이 뚜렷하다. 식수 된 나무의 나머지 대부분은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종이라 비슷한 시기에 만개를 맞이할 듯했다. 원내는 낮은 단차도 있어 전체를 조망하기에 좋아 보인다. 일루미네이션이 중심인 나바나노사토에 일찍부터 간 건 베고니아 온실도 한몫한다. 베고니아 온실은 이름대로 온갖 종류의 베고니아를 모아놓은 곳으로, 총 4구역으로 나뉜 온실 중 1실과 4실을 차지한다.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