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일본에서도 든든하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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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테리아 타임 2021.12.│지도 타치카와역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 주택가에서 한 번 더 꺾은 골목에 있다. 가게도 위치상의 불리함을 알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꺾기 전 골목에 입간판을 세워놨다. 가게는 늦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었다. 점심은 파스타 런치와 코스 두 개로 나눠 운영한다. 이중 파스타 런치는 1300엔으로, 토마토, 크림, 오일 소스 중 고를 수 있다. 특별한 파스타는 추가금이 붙는다. 수저가 탁자에 안 닿아도 돼서 얼마나 좋은지. 샐러드엔 겨자 맛이 살짝 나는 새콤한 드레싱을 끼얹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파스타이지만, 이상하게 일본에 와서는 잘 먹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감격스러운 두 번째 파스타는, 여태까지 맛있는 가게만 찾아다닌 탓인지 썩 마음에 차진 않았다. 먹고 싶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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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2021.12.│지도 도로 옆 빼꼼히 자리 잡은 빈투바 초콜릿 상점. 초콜릿이 주력이지만 초콜릿 샌드 쿠키나 초콜릿 케이크와 같이 초콜릿을 이용한 디저트도 팔고 있다. 시식도 가능하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 주셔서 그만 두 개나 샀다. 첫 번째 사진 왼쪽의 노란 종이를 두른 초콜릿은 시기에 따라 바뀌는 한시적 초콜릿으로 가나산 카카오빈을 사용하며, 오른쪽의 파란 종이를 두른 초콜릿은 아르아코라고 하는, 콜롬비아산 카카오빈을 사용한다. 포장이 특이하다. 보통 초콜릿은 은박지로 감싼 후 종이 포장으로 덮는데, 여기는 지퍼백이다. 아무래도 초콜릿은 뜯고 나서 다 먹진 않으니, 보관하기 좋았다. 은색의 지퍼백은 흰색 포장을 두른 후, 배면에는 각 초콜릿의 산지나 배전(培煎), 함께하면 좋은 음식 등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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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니히 2021.12.│지도 1층은 소시지를 비롯한 육류를 팔며, 2층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공간이 넓으며, 우리나라에서 보아 이미 익숙한, 연기를 흡입할 수 있는 기구도 있다. 진한 돼지고기 맛이 나는 수프와 양배추 절임이 있다. 독일 식당이니 아마도 사우어크라우트가 아닌가 싶다. 일본에, 그것도 도쿄 근방에 산다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인근 식자재라는 문제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외식은 이왕 먹는 거 즐겁게 먹으려고 하고, 장을 볼 때는 원산지를 나름대로 골라 사는 편이다. 아는 한에서만은 최대한 원산지를 골라 식사하고 싶다. 그래서 가끔 철저하지 못했을 때 우울해진다. 요네자와(米沢)라는 글자에 쌀(米)이란 글자가 있어 필시 먹이를 가리키는 줄로만 알았는데, 후쿠시마현에 접한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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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스리 메리크리 2021.12.│지도 포장을 뜯으니 말랑말랑하고 찌릿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슈가파우더를 곱게 발라 감싼 줄 알았던 슈톨렌은 설탕도 함께 뿌려져 있다. 향기만큼 케이크도 말랑말랑한 편이며, 재료는 마지팬, 오렌지 필, 레몬 필, 건포도, 시나몬, 진저, 양주, 클러브, 넛맥으로 적지 않다. 식감을 줄 마지팬과 건포도는 말랑말랑한 빵과 별 다를 바 없으며, 오렌지 필과 레몬 필은 애초에 잘아서 식감을 거의 주지 못한다. 첫인상을 그대로 안고 가는 슈톨렌을 원한다면 이 가게의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만, 견과류가 주는 변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아쉽다. 가게는 아름다운 무스 케이크를 시작하여 생토노레 같은 드문 케이크까지 취급하고 있으나, 신년 즈음하여 작업장에서 윗사람이 실수를 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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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야 2021.12.│지도 미닫이문에 목조 가구. 현관 근처에는 손을 씻을 세면대도 있는 가게 마스다야에서는 우동이나 소바, 덮밥 등을 먹을 수 있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 좋지만, 국물도 면도 시판을 사용하나 싶을 만큼 평범한 맛이다. 쌀은 니가타현의 걸 사용한다. 이름이 재미있어서 주문한 오바케 우동에는 유부와 튀김 찌꺼기가 들어가 있다. 유부는 이나리 신사의 심부름꾼인 여우가 좋아해 '키츠네(きつね;여우)'라고도 부른다. 한편, 튀김 찌꺼기는 튀김 재료(たね[타네])를 뺐다(ぬく[누쿠])고 하여 '타누키(たぬき;너구리)'라고도 부른다. (튀김 찌꺼기가 너구리 색과 닮아 타누키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출처: 마카로니) 일본에는 여우와 너구리가 들어간 속담 '여우와 너구리가 서로 속고 속인다(狐と狸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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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치즈 스탠드 2021.12.│지도 '시부야'란 이름을 달고 있는 시부야 치즈 스탠드는, 시부야 하면 주로 떠올리는 시부야역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요요기공원과 시부야역 그사이의, NHK 방송센터를 낀 애매한 길에 가게가 있다. 가까운 곳에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분점도 있다. 오늘의 호기심 소비는 음료다. 고단백질 저칼로리라는데, 이런 수식어가 붙은 건 대개 맛없고 이 음료도 그랬다. 겉만 봐서는 우유 맛이 살짝 날 것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유 마신 컵을 헹군 물을 마시는 듯하다. 아래에 과일 시럽을 깔아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음료가 갑자기 맛있어지는 건 아니다. 갓 만든 모차렐라. 인원수대로 주문하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원에 맞게 모차렐라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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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식당 2021.12.│지도 요리가 하기 싫은 날, 아침부터 영업한다길래 들렀다. 상호는 츠바키 '식당'이지만 라멘 가게다. 가게는 주방이 있는 공간과 식사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뉜다. 문은 활짝 열어두는 대신 비닐 천막을 둘러 마치 포장마차 같다.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식사 공간은 깔끔하다. 나무젓가락은 통에 꽂혀있는데, 그냥 쓰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좀 찝찝하다. 문제는 이런 공용 수저나 나무젓가락 통이 일본 식당에 매우 많다는 거다. 그렇다고 즐거움 중 하나인 외식을 그만둘 순 없으니, 참 고민이다. 음식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먹던 파 라멘을 골랐다. 국물은 돼지 뼈 육수를 기본으로 간장을 첨가한 듯한데, 간장이 강해 되려 돼지 뼈 육수를 지운다. 파는 미리 조리한 걸 얹어주는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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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토이 베이글 2021.12.│지도 아침 햇살을 듬뿍 머금은 베이글 가게. 진열대는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도 베이글의 종류와 가격, 수량 등을 알아보기 쉽다. 진열대 뒤도 닫혀있으면 더 좋겠지만, 빵이 바깥 공기에 무턱대고 노출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가격은 최소 200엔부터 시작하는데, 종류가 다양해 한 개를 사더라도 고민하게 만든다. 나름대로 인기도 있는지 가끔 줄도 늘어서 있다. 가게는 포장 판매 위주이지만, 샌드위치도 팔고 있어 시간만 맞으면 안에서 취식할 수도 있다. 고민 끝에 세 개의 베이글을 골랐다. 베이글은 종이봉투에 담겨 돌아왔다. 봉투에는 베이글을 맛있게 먹는 방법과 함께, 베이글에 대한 설명도 실려 있다. '자사 베이글 반죽에는 계란, 버터, 우유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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