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주전부리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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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2018.2.26.│지도 카페거리의 루시드는 딸기 빙수로 유명한 카페다. 추운 겨울날에 루시드의 딸기 빙수가 먹고 싶어 바득바득 찾아가 먹은 지 엊그제 같은데, 넘쳐나는 카페에 여기에 안 간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 가게들이 다른 가게들로 바뀌는 와중에도 루시드는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켜주었다. 편안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은 옛날 그대로에 몇 개가 조금 추가된 정도지만 손을 잘 타서인지 여전히 예쁘다. 음료와 함께 나온 튤립은 한껏 따뜻해진 날씨만큼이나 테이블의 분위기도 봄으로 탈바꿈시켜준다. 리얼생딸기주스는 이름 그대로 다른 재료 없이 딸기만 갈아 만든 음료 같다. 하지만 딸기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고, 일행이 시킨 라즈베리레몬에이드보다는 시각적으로 덜 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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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테이블 2018.3.5.│지도 팜테이블은 가고 싶다고 마음먹은 지 벌써 5년이 넘은 곳이다. 고민만 하다 유행에 밀려 결국 가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팜테이블은 지금까지도 카페 골목의 도로변 쪽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로써는 얼마 없던,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흔해진 화이트 인테리어를 차용해 지금까지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카페 구석에 있는 오픈형 주방에서는 쉴 새 없이 더치베이비가 구워지는데, 밥을 먹었음에도 식욕을 자극하는 빵 향기는 계절에 따라 자칫하면 추워 보이는 실내를 따뜻하게 감싼다. 주문은 팜테이블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더치베이비로 한다. 구워지는 데 시간이 걸리니 내부를 둘러본다. 인도 쪽에 창문을 크게 내어 시원하다. 맞은 편에 보이는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그렇기에 유리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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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바셋 현대백화점대구점 2018.2.5.│지도 백화점에 입점한 카페에 오랜만에 갔는데, 백화점이 빨리 닫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다 보니 폐점 30분 전에 카페에 가게 되었다. 물론 직원분은 조금 있으면 가게를 닫는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지만 늦은 시간에 딱히 다른 카페를 가기도 뭐해서 음료를 시켰다. 그 유명한 폴바셋이 어떤지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주문한 건 스트로베리 요거트다. 역시 겨울엔 딸기다. 달콤하면서 새콤한 건 요거트나 딸기나 마찬가지인지라 이 음료의 재료 궁합은 실로 완벽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음료 밑에 가라앉아있는 딸기 시럽이 바닥의 홈으로 들어가 빨대로는 잘 저어지지 않는다. 시럽이 없어도 충분히 맛은 있었지만 아쉽다. 브랜드명에 바리스타가 붙은 만큼 커피를 시켜야 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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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커피 봉산문화센터점 2018.2.5.│지도 이날은 밀크티를 먹고 싶었는데 재료가 떨어졌는지 주문이 안 된다고 했다. 또 지겨운 녹차라떼나 핫초코 같은 음료를 시켜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직원분께서 애플티 카푸치노를 추천해 주셨다. 이름은 카푸치노지만 커피가 안 들어있는 데다, 우유에 애플티를 우려낸 것이라고 하셔서 밀크티와 제일 비슷하다고 말이다. 주문은 당연히 애플티 카푸치노로 했다. 잔을 넘을 듯 말 듯 한 우유 거품 위에 시나몬 파우더가 시각적으로 따스하다. 우유 거품 속엔 우유에 진하게 우려낸 애플티가 있다. 우유 거품은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함께 먹으니 시나몬 파우더도 함께 먹게 되는 셈이라 일부 사람에게는 미치도록 달 음료의 달콤함을 중화시킨다. 안타깝게도 음료를 반 이상 먹은 뒤에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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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오나 종로점 2018.1.20.│지도 카페 쿠쿠오나는 2층으로 되어있지만 1층은 주문만 받는다. 그래서 음료를 받아들고서는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가게 외부에 있다. 아무래도 이전에 1층은 가게고 2층은 가정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계단이 조금 높아 오가기가 조금 위험했다. 2층은 벽을 허물고 난 자리를 그대로 놔둬 개방된 느낌을 주면서도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한다. 곳곳에 그려진 빨간 머리 앤은 서정적인 느낌을 더한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나는 한약 냄새는 카페를 향기로 각인시키기에 딱이다. 앞에서는 가정집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전엔 무엇을 하는 공간이었을까 점점 궁금해진다. 치즈라떼는 처음엔 맛있었지만, 나중에는 너무 달아서 질린다. 반면 일행이 시킨 슈렉커피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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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빙수 2018.1.20.│지도 일행이 '토마토' 빙수가 어른거린다고 한다. 사시사철 빙수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그 제안은 너무나 반갑다. 스구식탁에 올 때 눈여겨보았던 빙수 가게로 향한다. 대세는 우유 빙수라고는 하지만 얼음을 간 옛날 빙수도 그리운 법이다. 2층에 가니 역시나 사람은 거의 없다. 빙수가 계절을 타는 음식인 걸 의식해서인지, 가게는 보통보다 더욱 포근하다. 한 쪽에 놓인 전기스토브는 기능을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늑하다. 하지만 한없이 늘어져서 결국 이 가게를 빨리 떠나게 된다. 여기엔 이야기가 다 들릴법한 좌석 간격도 한몫한다. 분명히 '토마토' 빙수라고 정하고 왔을 텐데 일행은 막상 가게에 도착하니 여러 개의 빙수에 조금 고민한다. 주인분께서는 고민하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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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플로리안 2018.1.26.│지도 이 카페를 알게 된 건 4년이 넘은 것 같다. 실제로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퇴짜맞은 건 1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이렇게 적으면 거창해 보이지만 퇴짜맞은 걸 횟수로 적으면 3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삼고초려라고 하지만 카페는 야속하게도 갈 때마다 개인 사정으로 문이 닫혀 있었다. 이쯤 되면 누가 이기나 오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카페에 첫발을 내디딘 게 작년 10월이었다. 짧진 않은,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골목길을 거쳐 카페 플로리안에 섰다. 오늘도 문이 열려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카페 주위는 초목이 둘러싸고 있어 카페 플로리안이라는 공간만 떼어내면 어디 별장같은 느낌도 들 정도다. 벽은 유리로 되어 있어 낮이 되면 카페 내부에서는 찾을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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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2017.12.30.│지도 주거와는 달리 상업에 있어서 1층은 각별하다. 눈에 띄기 쉬우니 홍보도 하기 쉽고, 입소문을 타서 가게가 유명해지면 길게 줄이 늘어서게 되는데 이 줄로 간접적 홍보 효과를 이룰 수도 있다. 인테리어로 승부를 본다면 통유리를 통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동하게 할 수도 있다. (사람이 없는 휑한 모습 또한 눈에 띄기 쉽다는 게 양날의 검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1층이 아닌 가게를 '잘' 찾아낸다는 건 더욱 어렵다. 1층에 있는 가게도 골목에 숨어버리면 잘 찾기 어려운데, 2층 이상의 가게가, 그럴 것 같지 않은 가게들 사이에 있으면 더욱 어렵다. 하지만 보이지 않기에 더욱 궁금한 것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하이오 또한 그런 궁금증이 들게 하는 카페이다. (나는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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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클래스커피 2018.1.5.│지도 켜켜이 쌓인 크레이프는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먹으면 더욱 행복하다. 한겹 한겹 음미하며 먹어도, 한꺼번에 잘라먹어도 행복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만드는 과정이 과정인지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케이크 바깥의 얇은 껍질은 겉보단 속을 봐야 한다는 깨우침을 준다. 커피에만 집중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깬, 꽤 쌉싸래한 말차라떼는 말차라는 이름이 무색한 말차 크레이프의 달콤함을 중화시켜 준다. 맛있는 걸 먹는다는 건 이다지도 행복하다. 보기 좋은 떡으로 만들기 위해 크레이프 위에도 생크림을 얹긴 했지만, 크레이프에 이미 생크림이 샌드되어 있는데 굳이 필요한가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