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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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파스타 2022.1.│지도 공항에서 먹었던 가마쿠라 파스타가 계속 눈앞에 맴돌아서 오랜만에 갔다. 어중간한 시간대라 가게는 한산했고 직원분은 과정 하나하나마다 허리를 숙여 꼬박 인사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여행 당시엔 몰랐는데 가격이 제법 비싸다. 파스타에 473엔을 얹어 샐러드, 빵, 음료를 마실 수 있는데, 샐러드도 너무 간단하고 빵도 크게 맛있지 않다. 보기에만 먹음직스러울 뿐이다. 오랜만에 먹은 파스타는 기억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면만큼은 여전히 쫄깃하다. 파스타를 주문하기 전, 가는 면과 넓적한 면 중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이날은 수급 문제로 그럴 수 없었던 게 아쉽다. 생강에 절인 큼직한 닭고기는 부드러워 힘들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뒤돌아서면 간간이 생각날 맛이지만 그럴 때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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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테리아 타임 2021.12.│지도 타치카와역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 주택가에서 한 번 더 꺾은 골목에 있다. 가게도 위치상의 불리함을 알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꺾기 전 골목에 입간판을 세워놨다. 가게는 늦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었다. 점심은 파스타 런치와 코스 두 개로 나눠 운영한다. 이중 파스타 런치는 1300엔으로, 토마토, 크림, 오일 소스 중 고를 수 있다. 특별한 파스타는 추가금이 붙는다. 수저가 탁자에 안 닿아도 돼서 얼마나 좋은지. 샐러드엔 겨자 맛이 살짝 나는 새콤한 드레싱을 끼얹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파스타이지만, 이상하게 일본에 와서는 잘 먹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감격스러운 두 번째 파스타는, 여태까지 맛있는 가게만 찾아다닌 탓인지 썩 마음에 차진 않았다. 먹고 싶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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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2021.12.│지도 도로 옆 빼꼼히 자리 잡은 빈투바 초콜릿 상점. 초콜릿이 주력이지만 초콜릿 샌드 쿠키나 초콜릿 케이크와 같이 초콜릿을 이용한 디저트도 팔고 있다. 시식도 가능하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 주셔서 그만 두 개나 샀다. 첫 번째 사진 왼쪽의 노란 종이를 두른 초콜릿은 시기에 따라 바뀌는 한시적 초콜릿으로 가나산 카카오빈을 사용하며, 오른쪽의 파란 종이를 두른 초콜릿은 아르아코라고 하는, 콜롬비아산 카카오빈을 사용한다. 포장이 특이하다. 보통 초콜릿은 은박지로 감싼 후 종이 포장으로 덮는데, 여기는 지퍼백이다. 아무래도 초콜릿은 뜯고 나서 다 먹진 않으니, 보관하기 좋았다. 은색의 지퍼백은 흰색 포장을 두른 후, 배면에는 각 초콜릿의 산지나 배전(培煎), 함께하면 좋은 음식 등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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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니히 2021.12.│지도 1층은 소시지를 비롯한 육류를 팔며, 2층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공간이 넓으며, 우리나라에서 보아 이미 익숙한, 연기를 흡입할 수 있는 기구도 있다. 진한 돼지고기 맛이 나는 수프와 양배추 절임이 있다. 독일 식당이니 아마도 사우어크라우트가 아닌가 싶다. 일본에, 그것도 도쿄 근방에 산다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인근 식자재라는 문제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외식은 이왕 먹는 거 즐겁게 먹으려고 하고, 장을 볼 때는 원산지를 나름대로 골라 사는 편이다. 아는 한에서만은 최대한 원산지를 골라 식사하고 싶다. 그래서 가끔 철저하지 못했을 때 우울해진다. 요네자와(米沢)라는 글자에 쌀(米)이란 글자가 있어 필시 먹이를 가리키는 줄로만 알았는데, 후쿠시마현에 접한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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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스리 메리크리 2021.12.│지도 포장을 뜯으니 말랑말랑하고 찌릿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슈가파우더를 곱게 발라 감싼 줄 알았던 슈톨렌은 설탕도 함께 뿌려져 있다. 향기만큼 케이크도 말랑말랑한 편이며, 재료는 마지팬, 오렌지 필, 레몬 필, 건포도, 시나몬, 진저, 양주, 클러브, 넛맥으로 적지 않다. 식감을 줄 마지팬과 건포도는 말랑말랑한 빵과 별 다를 바 없으며, 오렌지 필과 레몬 필은 애초에 잘아서 식감을 거의 주지 못한다. 첫인상을 그대로 안고 가는 슈톨렌을 원한다면 이 가게의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만, 견과류가 주는 변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아쉽다. 가게는 아름다운 무스 케이크를 시작하여 생토노레 같은 드문 케이크까지 취급하고 있으나, 신년 즈음하여 작업장에서 윗사람이 실수를 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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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야 2021.12.│지도 미닫이문에 목조 가구. 현관 근처에는 손을 씻을 세면대도 있는 가게 마스다야에서는 우동이나 소바, 덮밥 등을 먹을 수 있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 좋지만, 국물도 면도 시판을 사용하나 싶을 만큼 평범한 맛이다. 쌀은 니가타현의 걸 사용한다. 이름이 재미있어서 주문한 오바케 우동에는 유부와 튀김 찌꺼기가 들어가 있다. 유부는 이나리 신사의 심부름꾼인 여우가 좋아해 '키츠네(きつね;여우)'라고도 부른다. 한편, 튀김 찌꺼기는 튀김 재료(たね[타네])를 뺐다(ぬく[누쿠])고 하여 '타누키(たぬき;너구리)'라고도 부른다. (튀김 찌꺼기가 너구리 색과 닮아 타누키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출처: 마카로니) 일본에는 여우와 너구리가 들어간 속담 '여우와 너구리가 서로 속고 속인다(狐と狸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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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치즈 스탠드 2021.12.│지도 '시부야'란 이름을 달고 있는 시부야 치즈 스탠드는, 시부야 하면 주로 떠올리는 시부야역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요요기공원과 시부야역 그사이의, NHK 방송센터를 낀 애매한 길에 가게가 있다. 가까운 곳에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분점도 있다. 오늘의 호기심 소비는 음료다. 고단백질 저칼로리라는데, 이런 수식어가 붙은 건 대개 맛없고 이 음료도 그랬다. 겉만 봐서는 우유 맛이 살짝 날 것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유 마신 컵을 헹군 물을 마시는 듯하다. 아래에 과일 시럽을 깔아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음료가 갑자기 맛있어지는 건 아니다. 갓 만든 모차렐라. 인원수대로 주문하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원에 맞게 모차렐라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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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식당 2021.12.│지도 요리가 하기 싫은 날, 아침부터 영업한다길래 들렀다. 상호는 츠바키 '식당'이지만 라멘 가게다. 가게는 주방이 있는 공간과 식사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뉜다. 문은 활짝 열어두는 대신 비닐 천막을 둘러 마치 포장마차 같다.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식사 공간은 깔끔하다. 나무젓가락은 통에 꽂혀있는데, 그냥 쓰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좀 찝찝하다. 문제는 이런 공용 수저나 나무젓가락 통이 일본 식당에 매우 많다는 거다. 그렇다고 즐거움 중 하나인 외식을 그만둘 순 없으니, 참 고민이다. 음식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먹던 파 라멘을 골랐다. 국물은 돼지 뼈 육수를 기본으로 간장을 첨가한 듯한데, 간장이 강해 되려 돼지 뼈 육수를 지운다. 파는 미리 조리한 걸 얹어주는지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