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기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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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3) 2019.1. * 3초메의 작은 빵집 지도 이번에 묵은 이마노 호스텔은 접근성과 가격 말고는 모든 게 최악이었지만 이 빵집이 있어 그나마 행복했다. 일단 일찍부터 움직이는 나에게 8시부터 연다는 게 큰 구원이었고,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갔는데도 종류가 많았다. 하나하나의 크기는 작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맛볼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순서대로 시오 프랑스, 바게티느. 시오 프랑스는 쉽게 말해 '시오빵(소금빵)'이다. 속은 크루아상처럼 결이 살아있으면서 텅 비었는데, 소금과 버터로 맛을 내어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하다. 기본적이고 흔한 맛이지만 자꾸 먹고 싶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 후 수소문(?)해보니 교동 과자점에도 시오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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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2) 2019.1. * 뭉크전 - 공명하는 혼의 외침 HP 지도 도쿄도 미술관 개장이 9시 30분이어서 9시에 일행과 만나기로 했다. JR의 우에노 공원 쪽 출구 - JR을 이용하지 않아 환승 출구를 따라 건너왔는데 야마구치 출구로 나와버린다. 맞은 편에 있는 오르막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바로 우에노 공원 출구다 - 를 찾지 못해 조금 헤맸지만 늦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부지런했다.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가니 긴 줄이 보였는데, 설마하니 그게 뭉크전에 선 줄이었다. 그렇지만 내부가 넓어서인지 개장하고 나서 들어가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전시장도 북적이진 않았다. 전시는 오슬로 시립 뭉크 미술관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하여 100점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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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1) 2019.1. * 험난한 도쿄의 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었다. 작년 10월 도쿄행도 태풍 때문에 못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비행기는 점심에 출발이니 많이 늦어지진 않겠지 생각하며 공항에 갔다. 안이한 생각이었다. 6시에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조차 아직 대기 상태였다. 내가 탈 예정인 비행기는 탑승구조차 열리지 않았다. 한참 뒤에 티켓은 받았지만, 출발도 지연에 지연을 반복한 끝에 겨우 했다. 하염없는 기다림에 벌써 지쳐버려 하루치 여행을 다 한 기분이다. 여태까지 잘 다녀온 건 운이 좋은 거였구나 싶다. * 타임 어택 착륙할 때의 그 덜커덩한 느낌. 도착했구나. 관건은 지금부터다. 아는 사람과 만나기로 해서 더 늦을 순 없었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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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3) 2019.1. * 먹으러만 다니기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예능에서 자주 보던 '먹방' 컨셉으로 가 보기로 했다. * Walder HP 지도 아담한 빵집이며 테이크아웃만 된다. 앤초비 크루아상(220엔)과 호지차 크림빵(180엔)은 처음 보는 빵이라 당장 샀다. 호지차 크림빵은 색은 비록 칙칙해서 식욕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호지차의 씁쓸함 덕분에 무턱대고 달지 않아 좋다. 앤초비 크루아상도 짭조름한 게 독특했지만, 최고는 호지차 크림빵이다. 소금 빵(160엔)은 기대와는 다르게 제일 맛이 없었다. 버터도 없이 그냥 밀가루와 소금만 가지고 구운 빵인가 싶다. * 스타벅스 교토신쿄고쿠점 HP 지도 우리나라였다면 스타벅스라는 체인을 굳이 찾진 않았을 거다. 항상 사람이 많고, 좌석 간격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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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2) 2019.1. * 미피 사쿠라 키친 HP 지도 실제로 가면 별것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가서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인질로 잡힌 사람의 운명이란 그런 거다. 목적지는 서쪽 끝에 있어 접근성이 나빠 한번 간 이후로는 전혀 가지 않은 아라시야마. 일본은 겨울이 포근하지마는 추적추적 비가 와서 그런지 옆에 보이는 가츠라 강이 마음을 시리게 한다. 미피 사쿠라 키친은 상설매장으로, 지난해 10월 초 오픈했다. 콘셉트는 일본풍으로, 교토의 전통공예품과 콜라보레이션한 주방용품(젓가락과 젓가락 받침이 많았다), 잡화 등을 판매한다. 보통 미피 상품은 키디랜드 내의 미피스타일에서 구입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화류는 없다. 주방용품을 산다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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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1) 2019.1. * 1년 만의 미리 사 둔 하루카 티켓으로 바로 교토로 향했다. 일단 숙소에 먼저 들른다. 2년 전 처음 방문한 숙소였지만 함께 묵은 분들이 말을 잘 붙여 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지라 또 묵게 되었다. 호두과자라도 하나 사갈까 싶었는데, 설마 아직도 나를 기억하실까 싶어 그만두었다. 그런데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주인분께서는 '오랜만입니다(ご無沙汰しております)'라면서 날 반겨주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하나 준비해갈까 싶었다. 빠르게 정리를 끝내고 케이한 기온시조역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 대중교통을 타기에도 애매해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늦을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기는 했는데 그래도 마음이 급했다. (알고 보니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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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석굴암 2018.10. * 내가 모르는 경주 어린 시절의 경주는 수학여행지로 이름 높던 곳이다. (물론 지금도 그 명성은 여전하다) 동시에 수학여행지와 함께 따라다니는 온갖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곳이기도 했다. 불친절하다, 맛있는 음식점이 없다느니 말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 자유여행으로 가 본 경주는 수학여행으로 전혀 다른 곳을 갔는데도 덧씌워진 선입견의 색안경을 거하게 부숴버렸다. 나지막하고, 도보로 여러 곳을 다닐 수 있고, 문화재도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 한동안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코스만 돌았다. 그래도 질리지 않았다. 그만큼 좋았다. 약발은 오래전에 끝난 뒤였다. 경주, 그래. 또 가긴 해야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마침 때는 가을이었고, 바쁜 시기도 지나 돌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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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 부산현대미술관,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 HP 2018.9. 출발은 정겨운 무궁화호로. * 환공어묵 부산역점 지도 부산현대미술관 근처에 이렇다 할 음식점도 없고 해서 간식 겸 부산역 환공어묵에서 오븐 어묵을 샀다. 한 개에 2천 원 남짓 하는 가격이지만 타르트 같은 모양이라 안 먹어보고는 못 배겼다. 가격만큼 배는 부르지만, 어묵과 위의 토핑이 따로 논다. 토핑도 실하지도 않다. 그러고 보니 분명 예전엔 이 자리에 삼진어묵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고 찾아보니 작년 즈음해 철수했다고 한다. * 부산현대미술관 HP 지도 부산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과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위 사진은 부산현대미술관인데, 지난 6월에 개관한 새 건물이다. 그렇지만 부산의 하중도인 을숙도에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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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폴락 블로그 지도 2018.8. 더폴락은 대구의 독립출판물 서점이다. 대형서점에 잠식된 서점이 몇 년 전부터 독립출판물이라는 방향으로 활로를 트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설마 대구에도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물며 개업이 2012년도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위치는 꽃자리다방 옆으로, 북성로 초입이라 찾기 쉽다. 가게에 들어가니 익숙한 곳만 다녔을 때는 몰랐던 각종 행사와 모임 안내들, 그리고 독립출판물이 즐비하다. 입구와 반대편 끝에는 잡화점이 있다. 요즘 감성이 듬뿍 들어간 곳. 잡화점 구석에는 문이 있는데, 거기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자세히 보니 이 건물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전시가 있다고 한다. 궁금해서 문을 열었는데, 대번 보이는 옛 건물의 가파른 계단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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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2) 2018.5. * 일단, 다시 도쿄역 식빵은 센트레 더 베이커리에서 사려고 했다. 센트레 더 베이커리는 VIRON의 식빵 전문점인데, 12시쯤에 가니 이미 줄이 길다. 줄은 매장에서 식사하는 줄과 테이크아웃을 할 줄로 나뉘어 있었다. 그렇지만 테이크아웃 줄도 길어 보인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테이크아웃에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무슨 테이크아웃이 1시간이나 걸리지? 금방 살 수 있으면 들러야겠다 정도의 가게라 포기하고 다음으로 간다. 마찬가지로 예정에 있었던 VIRON은 휴무일을 확인하지 못한 탓에 닫힌 문만 쓸쓸히 보고 지나쳤다. 도쿄역 근처에 있는 도쿄국제포럼 앞 광장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렸는지 노점이 많다. 물건이 오래된 데다 관심 가는 것도 없어 그냥 지나치고 건물 안에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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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1) 2018.5. * CITAN / BERTH COFFEE HP 지도 친구가 출장을 나가게 되어 부득이 일요일은 혼자 돌아다니게 되었다. 긴자를 중심으로 돌아다닐 거라 이동시간도 크게 안 걸리는데 역시 직장인은 어쩔 수 없는 건지 눈이 빨리 떠졌다. 여기서 도쿄역까지는 10분밖에 걸리지 않고, 가게는 대부분 10시에 열기 때문에 늦잠을 자도 상관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일단 일어났으니 움직인다. 그 전에 뭔갈 먹고 싶은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굳이 그런 곳을 찾아가기도 귀찮아 게스트하우스에 마련된 모닝 플레이트를 먹기로 한다. 크루아상 샌드위치를 두고 고민했지만 역시 든든한 게 제일이다. 주문하면 모닝 플레이트에 곁들일 빵을 고를 수 있는데, 크루아상과 뺑오쇼콜라 중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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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 (2) 2018.5. * 플라잉 스코트먼 아키하바라점 HP 지도 카페는 대로변에서 한 칸 안쪽으로 들어온 건물에 있다. 가게로 올라가니 역시나 줄이 있길래 맨 뒤에 섰다. 그런데 친구가 잠시 있으라더니 문 앞 대기표에 이름을 적는다. 나 혼자라면 이름도 안 적고 하염없이 기다릴 뻔했다. 하마터면 실컷 기다리고 뒤에 온 사람이 먼저 들어가게 둘 뻔했다. 대기를 뚫고 들어온 가게는 생각보다 좁았지만, 벽이나 기둥 쪽을 거울로 발라놓아 실내가 한결 넓어 보인다. 분위기는 세련되기보다는 목재로 발린 다방 같은 분위기이다. 커피명가 본점이라고 하면 이해하기가 조금 쉬울지도 모르겠다. 좌석은 당연하게도 다 차 있었으며 우리는 중간에 빈 8인석으로 안내받았다. 하필 비게 된 좌석이 8인석이라니. 다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