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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키친노이 2021.9.│지도 아파트로 숨 막히게 둘러싸인 곳에, 마치 보도블럭에 핀 잡초처럼 겨우 숨을 쉬고 있는 가게의 집합이 있다. 더 키친노이도 그중 하나다. 식전 빵은 인원수대로 나온다. 빵에서는 증편에서 맡을 수 있는 알코올 향이 약간 나며 쫄깃하다. 색만 보면 영락없는 단호박 수프인데 당근 수프다. 알갱이라고 느껴질 만한 게 하나도 없어 부드럽다. 허브와 크루통은 푹 조리되어 입에서 살살 바스러지니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 수박, 포칭한 새우, 루꼴라, 양상추, 적양배추, 무순, 양파, 발사믹, 케이퍼, 겨자씨, 치즈가 들어갔다. 음식 설명에는 새우가 포칭되어 있다길래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살짝 익힌 새우였다. 날것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운데 그렇다고 흐물거리지는 않는다. 어란의 비릿한 향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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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포갈릭 2021.9.│지도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역시 수박은 수박으로 먹어야 제일 맛있는 듯하다. 도전해본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샐러드. 소스는 치폴레 비네그레트로, 치폴레와 비네그레트를 합친 거로 추정된다. 치폴레는 멕시코 소스이고, 비네그레트는 식초 또는 레몬주스가 기본이 되는 소스라고 하니, 어쩐지 발사믹은 아니지만 상큼한 맛이 난다 했다. 조그맣게 깍둑썰기 된 체더치즈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걸 제외하고선 식전에 먹기에 가볍고 좋다. 모험에 실패한 음식. 소스는 제피 맛이 나는 데다 건더기는 생생우동 후레이크를 먹는 듯하다. 일행은 괜찮았다고 하는 걸 보면 제피가 취향이 아니어서 더 싫었던 것 같다. 바삭바삭해 보이는 감자에 홀려 주문했다. 그렇지만 막상 받아든 감자는 칼집을 내 구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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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당 2021.8.│지도 경상감영공원 근처에 있는 카페. 높은 계단을 올라오지만, 공원 바로 옆은 아니라 종로의 평범한 일상만 내려다보일 뿐이다. 문을 열면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지만, 입구가 꼭 닫혀 있어 당황스럽진 않다. 가게는 바닥도 가구도 나무이며, 이를 조명이 은은하게 밝혀 아늑하다. 주문하면 손을 닦으라고 물수건을 준다. 음식점에는 물티슈를 주는 곳이 많지만, 카페는 그렇지 않은데 위생을 신경 쓰는 모습이 좋았다. 거기다 펼친 손수건에는 향기가 나 두 배로 좋았다. 대접받는 느낌이다. 구릿빛 컵에 받아든 로얄밀크티(5500원)는 부드럽고 고소해 프리마를 넣었나 싶기도 하다. 유명한 건 핫케이크인데 배가 불러 시키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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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나폴리 2021.8.│지도 5가지 치즈가 들어가 있다는 파이브 치즈. 피자 가장자리에는 모차렐라가 있고, 다른 치즈는 중간에 포진해있다. 고르곤졸라가 있다고는 하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은지 향기도 맛도 드러나진 않으며, 봉긋하게 부푼 주머니 속엔 마치 생크림 같은 치즈가 있는데 크림치즈인지, 부라타인지 아니면 이 둘인지는 잘 모르겠다. 먹다 보면 속에는 스트링 치즈를 자른 조각 비슷한 것도 있다. 파슬리가 있긴 하지만 쏟아지는 치즈의 느끼함을 감당하려니 역시나 힘들다. 지난번에 먹은 파 파스타 - 로쏘를 다시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없어졌다. 대신 알리오 올리오가 두 개로 늘어났는데, 알고 보니 하나는 한국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식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식을 먹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날은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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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또니아의 손 파스타집 2021.8.│지도 엔초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고 적혀있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의도하고 주문한 건 아니었지만 피키차일드다이닝의 고등어 파스타와 상당히 흡사했다. 짭조름하면서도 개운하다. 그러면서 상큼하다. 마르게리타 피자 위에 수제 마요네즈로 만든 시저 드레싱을 끼얹은 피자, 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마르게리타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간소해 보이지만 마늘과 양파도 있다. 시저 드레싱을 끼얹은 치커리 덕분에 한결 풍성해 보이지만 역시 먹기는 조금 힘들다. 잘 싸 먹어야 한다. 보통은 초콜릿만 주시는데, 초콜릿 케이크 제조법이 바뀌었다며 맛보기로 주셨다. 케이크를 자세히 보면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는 초콜릿 캐러멜에 아래는 빵과 브라우니 사이의 촉촉하며 꾸덕꾸덕한 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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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황태탕 2021.8.│지도 대로에서 꺾어 쪽문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가게. 보통 문보다 살짝 작은 게, 마치 직원용 문 같아서 문을 열기 망설여졌다. 가게는 작고 또 낡았다. 이제는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있다. 좌석은 입식도 있고 좌식도 있으니 골라 앉으면 된다. 화이트보드에 힘 있는 손글씨로 적힌 메뉴가 인상적이다. 멋있어서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된다. 음식은 황태 탕으로 수렴되지만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어떤 걸 고를지 고민된다. 찬은 간소하다. 세트 메뉴를 시켰으니 이 정도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고추 된장 무침, 검은콩 자반, 무말랭이가 끝이었을 거다. 무말랭이는 직접 말렸는지는 몰라도 무가 오독오독할 만큼 꼬들꼬들하진 않다. 색이 참 빨갛다. 식욕을 돋우지만 동시에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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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율교 2021.8.│지도 보냉 상자를 뜯으니 커다란 봉투가 나온다. 그 안에 든 곤드레 치아바타와 부추 치즈 치아바타는 포장을 생각하면 크기가 초라할 정도로 작다. 하나씩 주문한 줄 알았던 치아바타는 빵 끈을 풀어보니 3개, 4개씩 들어 있다. 보통의 치아바타 가격을 생각하면 1개씩 들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다. 마음이 그득하다. 여름에 받은 거라 봉지 안은 이미 수증기로 뿌예지고 있었고 고단한 택배 길에 빵은 서로 붙고 난리가 났다. 서둘러 냉동실에 빵을 넣었다. 부추 치즈 치아바타는 푸릇푸릇한 부추와 있는 듯 없는 듯한 치즈가 치아바타를 받친다. 반대로 곤드레 치아바타는 강하게 양념 - 소갈비 양념 맛이다 - 된 곤드레가 전면에 나와 주객이 전도된다. 신선한 조합이라 주문해 보았지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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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나폴리 2021.8.│지도 주재료는 레드베지소스, 스프링 어니언, 살라미, 대파다. 더운 날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양새지만, 거칠게 뿌려진 매콤한 기름 때문에 시작이 순탄치 않았다. 자극적이긴 했지만, 막상 먹으니 이상하게도 크게 맵진 않았다. 아무래도 루꼴라를 비롯해 푸짐하게 들어간 채소 덕분일 것이다. 먹은 후에도 개운하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빵집에서 파는 포카치아와는 조금 달랐다. 플랫브레드에 로즈마리와 파슬리를 비롯한 허브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받아들고 보니 의도치 않게 파스타든 피자든 채소가 가득했다. 곁들여 먹으라고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마늘 소스, 올리브도 함께 제공된다. 그렇지만 모두가 채소다.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잘 보면 피자 위에 치즈로 추정되는 게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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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리만두 2021.8.│지도 삼고초려다. 처음 갔을 때는 문이 닫혔으며, 두 번째는 근처에 일이 있는 김에 잠시 들른 건데 준비가 안 되었대서 - 영업 개시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였는데, 보통 여는 시각은 물건이 진열되는 걸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든다 - 그냥 돌아갔다. 하지만 뭐든 삼세판이라고,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고 안 되면 다신 안 가리라 다짐했다. 얄궂게도 이번에는 무사히 만두를 먹을 수 있었다. 미리 주문해 놓은 걸 집으로 가져온다고 시간이 걸렸음에도 만두는 촉촉했다. 소에 들어간 고기는 잘게 잘게 조각났다. 왕만두는 피가 두껍지 않아 좋았으나 그 이상의 인상은 없었으며 군만두가 더 맛있다. 후기에는 육즙 이야기가 있던데, 거기까지는 모르겠다.